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체감 물가’ 정조준…민주당式 선심성 대책 쏟아내는 트럼프

이데일리 김상윤
원문보기

‘체감 물가’ 정조준…민주당式 선심성 대책 쏟아내는 트럼프

속보
법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승인 유지…환경단체 패소
신용카드·주택·에너지까지 ‘체감 물가’ 드라이브
물가둔화에도 체감부담 여전…생활비 완화 정조준
중간선거 앞두고 속도전 평가…“효과는 제한적”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년차 초입부터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 완화를 전면에 내세운 정책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용카드 금리 상한, 주택시장 개입, 관세 수입 활용 현금 지급 구상, 에너지 가격 관리까지 가계가 직접 체감하는 비용을 겨냥한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조인트 베이스 앤드루스로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 연설과 포드 자동차 생산공장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환했다. (사진=AFP)

1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조인트 베이스 앤드루스로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 연설과 포드 자동차 생산공장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환했다. (사진=AFP)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초점은 물가 상승률 자체보다 주거비·금융비용·에너지 가격 등 이른바 ‘월말 부담’을 줄이는 데 맞춰지고 있다. 물가 상승 속도는 둔화됐지만 가격 수준은 여전히 높고, 주거·의료비 부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체감 경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간에 경제 여건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 효과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대책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용카드 금리 상한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드 대출 금리를 연 10%로 제한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과 직접 통화했다. 워런 의원은 대통령이 실제로 입법을 추진한다면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거비 대책에서는 시장 개입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정부 보증 모기지 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2000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증권(MBS) 매입을 지시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로버트 바르베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 조치가 실행될 경우 모기지 금리를 0.2~0.25%포인트 낮출 수 있다”면서도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와 관세 정책도 같은 흐름에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영향력 확대 구상을 언급하며 유가 안정을 강조했고,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최소 2000달러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관세 수입을 활용한 현금 지급은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자극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생활비 완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백악관은 최근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2.80달러 수준으로 내려왔고, 모기지 금리도 지난해보다 완화됐다는 점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체감은 여전히 냉담하다. 지난해 12월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분야 지지율은 40%를 밑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경제 성적표에 ‘A+++++’를 매겼다는 발언과는 온도 차가 크다.


신용카드 금리 상한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밴더빌트대 연구진은 WSJ에 금리 상한이 시행될 경우 미국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1000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마이클 스트레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이코노미스트는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저신용 계층에 대한 카드 발급을 줄일 경우, 이들이 고금리 대부업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 내 반응은 신중하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로이터에 “다소 파격적인 아이디어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신용카드 금리 상한 추진에 선을 그었다. 카드 금리 상한이나 투자자 주택 매입 금지 모두 의회의 입법 없이는 실행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 완화 정책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스티븐 무어 전 백악관 경제자문은 WSJ에 “정치권이 커피, 쇠고기, 의료비, 주거비 등 일상적 비용이 표심에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지금은 사실상 ‘생활비의 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