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전경 |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팔지 않고 있는 대부업체의 추심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산하 금융 공공기관 대상 업무보고에서는 국민 사서함에 들어온 금융 관련 민원이 공개됐습니다. 장기 연체자는 이재명 정부 배드뱅크(새도약기금) 빚 탕감 수혜자인데, 오히려 추심이 심해졌다고 호소한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 원금을 못 갚은 장기 연체자 빚을 탕감해 주는 제도입니다. 오랫동안 추심 고통에 시달려온 장기 연체자 족쇄를 풀어주고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전체 금융권에 있는 해당 채권들을 모두 사들여 소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은 정부가 소각하려는 채권들을 정부에 넘기지 않고 되레 장기 연체자에게 더 심한 추심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캠코 등에 따르면 새도약기금 수혜 대상 채권 중 대부업권이 보유하고 있는 규모는 약 6조7000억 원으로, 전체 금융권 보유액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대부업권이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넘겨야 빚을 탕감해 줄 수 있지만, 대부업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채권 매입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며 채권을 쥐고 있습니다. 정부는 채권 액면가의 5% 가격에 연체 채권을 넘기라고 하지만, 대부업체들은 “최소 20%는 받아야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대부업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연체자들이 고통을 호소해도 금융당국이 손 쓰기 어렵습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추심이 진행되면 당국이 추심을 중단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업체들에게 채권은 회사의 거의 모든 자산이기에, 새도약기금에 쉽게 협조하지 않으려 합니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들을 다양한 인센티브 등으로 설득해 하루라도 빨리 장기 연체자 채권을 인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금융위는 대부업권에 대한 대대적 검사를 벌이고 13일 대부업체 5개 사의 등록을 취소했습니다. 금융위가 대부업 등록취소를 결정한 것은 4년 반 만에 처음입니다. 앞으로 대부업체 17개 사에 대한 추가 제재도 예고됐습니다.
금융위는 대부업법을 개정해 매입채권 추심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추심업 허가를 심사할 때 해당 업체가 새도약기금에 참여했는지를 보겠다는 겁니다. 새도약기금은 오랜만에 선보인 장기 연체자 빚 탕감 정책입니다. 정부는 새 정책을 내놓은 것에서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장기 연체자의 고통 감경에 나서야 합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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