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2배↑·붉은 고기 상단 배치
포화지방 섭취 두고 엇갈린 반응도
우려 vs “정제당 대신 단백질 늘리기”
포화지방 섭취 두고 엇갈린 반응도
우려 vs “정제당 대신 단백질 늘리기”
이전 美 식이지침(왼쪽)에는 곡물이 채소, 과일, 단백질과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으나, 개정안에선 곡물이 하단에, 단백질이 상단에 배치됐다. [미 농무부]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미국의 새로운 식이 지침 구조가 뒤집혔다. 영양소 배치가 예전과 달라진 ‘역 피라미드’ 형태다. ‘붉은 고기’를 맨 위에 올리고, ‘통곡물’은 가장 하단에 넣었다. 국내에서는 김치가 새 지침에 명시된 것이 화제지만, 현지에선 예상치 못한 파격적 구조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는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을 발표했다. 미국인을 위한 안내서이나, 글로벌 식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에 이번 발표에는 많은 시선이 쏠렸다.
연방 식생활 지침은 5년마다 개정된다. 개정 때마다 이를 수정하려는 시도는 이어졌지만, 지난 1980년 이후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이전의 지침은 통곡물·단백질·채소·과일을 거의 같은 비율로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은 크게 달라졌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단백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새 지침에서도 권장량이 크게 늘었다. 체중 1㎏당 하루 권장량은 1.2~1.6g이다. ㎏당 0.8g을 권장했던 예전보다 최대 2배 높아졌다.
단백질 식품인 붉은 고기도 식품 피라미드의 상단에 올려졌다. 현지에선 타이슨푸드(TSN), 시보드코퍼레이션(SEB) 등 육류 가공회사의 수혜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포화지방이 높은 버터와 소고기 기름 사용을 ‘허용’한 것도 이례적이다. 새 지침서는 “식물성 기름뿐 아니라 버터나 소기름 같은 동물성 지방도 조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제시했다.
특히 소기름은 최근 미국에서 요리 레시피가 활발히 공유되며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번 식이 지침으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단백질 섭취량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한편, 강하게 배제한 것은 ‘정제 탄수화물’과 ‘초가공 식품’이다. 설탕뿐 아니라 무설탕 감미료도 포함된다. 콜라, 과자 등의 초가공 식품은 ‘퇴출’ 경고가 내려졌다.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왼쪽 두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새로운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AP] |
개정안 발표 후 논란이 된 쟁점은 포화지방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영양 전문가 크리스토퍼 가드너는 미 공영방송 NPR을 통해 “붉은 고기와 버터 등 포화지방 식품을 맨 위에 배치해 우선 섭취해야 하는 것처럼 제시한 식품 피라미드에 매우 실망했다”라며 “이는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와 어긋난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심장학회(AHA)도 성명에서 붉은 고기 섭취가 포화지방의 과량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다른 의견도 나온다. ‘정제 탄수화물을 크게 줄이는 대신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자’는 메시지 강조라는 해석이다. 새 지침은 끼니마다 단백질 섭취를 강조하며, 달걀·가금류·해산물은 물론 붉은 고기도 공급원으로 제안했다.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인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새 피라미드 구조는 붉은 고기를 많이 먹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동물 단백질에 든 포화지방 때문에 이를 극도로 제한하기보다 단백질 섭취량을 지금 보다 늘리고, 대신 정제 탄수화물과 초가공 식품을 확 줄이려는 의도가 크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미국인은 시리얼이나 흰 빵 등 정제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많이 먹기에 이를 우선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미 보건복지부는 새 지침을 발표하면서 “단 음료와 정제 탄수화물은 미국인 섭취 열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라며, “(건강을 위해선) 섭취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대 2배 가까이 올린 단백질 섭취량을 채우려면 식물성만으론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단백질 함량은 동물 단백질이 더 높다.
강재헌 교수는 “고기를 먹어도 소시지·햄 등의 가공식품으로 먹지 말고, 매끼 채소와 함께 먹으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고기를 먹을 때 포화지방도 섭취하게 되지만, 그래서 포화지방 총섭취량에 제한을 둔 것”이라고 했다. 미 보건복지부는 포화지방의 섭취 비중을 하루 총열량에서 10% 내외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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