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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너만 믿었더니”… 중증 간암 환자, AI 충고 따랐더니 사망 위험 늘었다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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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너만 믿었더니”… 중증 간암 환자, AI 충고 따랐더니 사망 위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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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은 한국에서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CDC

간암은 한국에서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CDC


최근 ‘챗GPT’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의료 조언을 구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중증 간암 환자의 경우, AI 조언을 맹목적으로 따랐다가 오히려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지원 가톨릭의대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국내 간암 환자 1만3614명 데이터를 바탕으로 ‘챗GPT4o’ ‘제미나이2.0′ ‘클로드3.5′ 등 최신 AI 모델이 제안하는 치료법을 따를 경우 실제 생존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13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에 소개됐다.

◇간암 환자가 AI 조언 따랐더니…“사망 위험 1.65배 늘어”

현재 국내 간암 유병자는 약 8만명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간암은 한국에서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특히 40~50대 중장년층의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20년 사이에 간암 진단을 받은 환자 1만 3614명의 실제 진료 데이터를 챗GPT4o, 제미나이2.0, 클로드3.5 등 AI 모델에 입력했다. 이후 최신 AI 모델들이 추천한 치료법과 실제 의사의 처방을 비교 분석했다.

AI 모델에겐 미국간학회(AASLD)와 유럽간학회(EASL) 가이드라인을 미리 학습시켰다.


분석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치료 선택이 비교적 단순한 초기 간암 단계에선, AI의 권고가 실제 의료진의 판단과 비슷했다. 환자 사망 위험도 약 26%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간암 초기 환자에겐 AI의 권고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암이 진행될수록 양상은 달라졌다. 특히 중기 이후로 갈수록 AI가 제시한 치료법과 의료진의 판단은 차이가 컸다. 모의 분석 결과, AI 치료법을 따를수록 환자 생존율도 낮아졌다.

특히 말기 간암 환자의 경우엔, 챗GPT4o의 권고대로 치료한 그룹의 사망 위험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1.65배(65%) 높았다. 제미나이2.0와 클로드3.5 조언을 따를 경우에도 사망 위험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각각 1.58배(58%), 1.48배(48%) 높게 나타났다.


◇‘교과서만 아는 AI’ VS ‘맥락 읽는 의사’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연구팀은 AI와 인간 의사의 판단 기준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는 가이드라인에 적힌 대로만 환자를 판단했다. 가령 종양의 크기, 개수, 영상 검사 수치 등만 따졌고, 여기에 맞춰 공격적인 치료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의사들은 환자의 간 기능이 어떠한지, 간경화가 있는지, 혹시 다른 질병은 있는지도 살폈다. AI가 암세포를 죽이는 데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의사는 환자의 몸이 치료를 버텨낼 수 있는지까지 고려하며 치료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에 AI가 간암 초기에 치료 방향을 잡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임상 판단이 필요한 복잡한 환자에겐 현재 수준의 AI 조언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한지원 교수는 “AI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확인해주는 보조 도구로는 유용할 수 있지만, 환자마다 상태가 천차만별인 복잡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의사의 임상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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