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뉴스1 |
A금융지주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에서 돌연 이사의 재임 가능 연령 상한(만 70세)을 현직 회장에게 유리하게 바꿨다. 이후 현직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B금융지주는 회장 후보 접수 기간을 달력 기준으로는 15일 동안으로 공지했지만, 실제 영업일 기준으로는 닷새에 불과했다. C은행은 이사회 전문성 관리를 위해 도입한 ‘이사회 역량 매트릭스(BSM)’에서 소비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하나의 전문성 항목으로 묶어 운용했다. 상관성이 낮은 영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D지주는 사외이사를 평가할 때 외부 평가 기관 등의 객관적 지표를 활용하지 않고 단순 설문 방식으로만 평가하다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은행권의 지배구조가 겉으로는 선진화된 듯 보였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규정을 비틀거나 형식적으로만 이행하는 사례가 적잖았다는 얘기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 등 8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14일 금감원은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지배구조 관련 실제 운영 현황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사회와의 참호 구축 등으로 대표이사(CEO) 선임과정에서 이사회의 실질적 검증 기능이 약화해 잦은 셀프연임 발생하고, 이사회 및 각종 위원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문제,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견제·감시 기능 약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달 5일 기자단과 만나 금융권 CEO 연임 관행에 대해 “너무 연임해 6년을 기다리다 보면 차세대 리더십도 에이징(aging·노령화)이 돼 골동품이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언론 보도와 과거 현장 검사 지적 사례를 중심으로, 모범관행이 형식적으로 이행되거나 편법적으로 우회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최근 개정된 상법 취지에 맞춰 사외이사가 특정 경영진이 아닌 주주의 이익을 객관적으로 대변하고 있는지도 주요 점검 대상이다.
점검 결과는 향후 구성될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논의에 반영하겠다는 게 금감원 계획이다. 금융지주별 우수 사례와 개선 필요 사항을 가려내 제도 보완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검 결과를 은행권과 공유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향후에도 이행 현황 점검과 검사 등을 통해 지배구조 선진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특별점검을 향후 검사로까지 확대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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