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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디지털 규제 평행선 …통상압박 연결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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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디지털 규제 평행선 …통상압박 연결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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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루디 야킴(Rudy Yakym) 하원의원과 면담을 갖고, 우리의 국내 디지털 입법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측이 제기하는 우려 등을 청취했다. 산업부 제공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루디 야킴(Rudy Yakym) 하원의원과 면담을 갖고, 우리의 국내 디지털 입법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측이 제기하는 우려 등을 청취했다. 산업부 제공


미국 의회가 한국의 디지털·플랫폼 규제를 '미국 기업 차별'로 규정했다. 정부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급파해 미국 의회와 정부, 협회 등에 해명하는 상황에서 나온 일이다. 정치권에서 시작한 규제 입법이 한미 통상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며 한미 무역 합의 위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는 한국 정부와 국회의 책임 추궁,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을 두고 '마녀사냥', '검열법'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특히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여 본부장의 방미 중에 나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 본부장은 같은날 워싱턴 DC에서 앤디 킴 상원의원, 루디 야킴 하원의원과 연쇄 면담을 갖고,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를 만나 규제 입법 취지와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등 주요 싱크탱크 인사들과도 잇따라 접촉하며 미국 측 우려를 청취했다.

전날에도 여 본부장은 글로벌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미국 서비스산업연합(CSI)를 만나 국내 규제가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 또 미 하원에서 대럴 이사 하원의원, 미국 기업의 통상 이익을 대변하는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회장단과 만나 플랫폼 규제 입법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 정치권의 인식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부는 국내 디지털 규제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 방지, 개인정보 보호, 이용자 권익 강화라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설계됐으며, 국적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쿠팡 사안 역시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 시각은 다르다.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규제의 실질적 영향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이를 '표적 규제'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일부 의원들은 비관세장벽으로 규정하며 무역법 301조 조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디지털 규제가 외교·통상을 넘어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대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의원, 김현정 원내대변인이 31일 국회 의안과에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의원, 김현정 원내대변인이 31일 국회 의안과에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우려는 연구기관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대외 리스크로 '경제 리스크'가 꼽혔다. 특히 디지털·기술 규제가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한국의 디지털 입법 역시 외교·통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단순한 해명이나 사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정책 목표와 국제 통상 규범 조율에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우병원 연세대 교수는 “미국은 민주·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자국 기업 이익을 우선하는 만큼 반발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한국의 디지털 규제는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내외 플랫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통 규범이라는 점을 지속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차별이 아니라 EU 모델을 참고한 보편적 규제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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