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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대 앞선 국민성장펀드, 국민과 성장 둘 다 챙기려면

뉴스웨이 문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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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대 앞선 국민성장펀드, 국민과 성장 둘 다 챙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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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문혜진 기자][!{GIZAIMG}!] 설계도만 나온 '국민성장펀드'를 두고 시장은 벌써 '성공'이라는 인장을 찍었다. 정부는 5년간 150조원으로 제시했던 자금 공급 규모가 16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올해만 우선 30조원을 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산업계 반응도 뜨겁다. 반도체·AI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150조원을 웃도는 투자 수요가 집계됐다고 한다. 국민성장펀드가 '진작 나왔어야 할 정책'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기대가 확신을 앞지른 형국이다.

역대 정책펀드는 대개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출발했다. 녹색성장펀드, 통일펀드, 뉴딜펀드 등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완판 소식이 이어지고 정책 의지가 강조되면서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반복됐다. 그러나 상당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수익률 부진과 거래 위축을 겪었다. 실제로 만기가 도래해 청산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10개의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2%대에 그쳤고, 일부 자펀드는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했다. 초반 흥행이 장기 성과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한 셈이다.

하지만 국민성장펀드는 설계 단계부터 뉴딜펀드의 문법을 상당 부분 참고하는 모습이다. 장기 투자자에게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저율 분리과세를 동시에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내부적으로는 과거 뉴딜펀드에 도입됐던 9%(지방세 포함 9.9%) 수준이나 그보다 낮은 세율을 검토 중이다. 혜택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건 투자상품의 속성상 자연스럽지만 개인 투자자의 결정적 판단 기준이 될 목표수익률이나 성과 지표는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펀드'라는 이름만으로 투자를 이끌어내기엔 시장 환경도 크게 변화했다. 코스피·코스닥 내 개별주와 ETF로 직접 투자하는 방식부터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등 다양한 자산관리 상품까지 선택지는 이미 다양해졌다.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책 모멘텀과 유동성이 초반 온도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투자자들을 유인해 장수 펀드로 이어가려면 체계적인 운용과 함께 자금을 공급받은 업종과 기업이 실제 성장과 실적으로 답해야 한다고 본다.

구조적인 과제도 남아 있다. 국민성장펀드가 향하는 투자 분야가 기존 정책펀드의 투자 대상과 중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해당 부처 간 역할 조율 문제, 성과 책임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형이다. 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설계의 정합성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정책펀드는 언제나 출발선보다 반환점 이후가 더 중요했다. 완판과 수요는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 뿐,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다. '이번엔 다르다'는 문장이 또다시 습관처럼 소모되지 않으려면, 기대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지속성을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과 성장, 두 단어를 모두 붙잡기 위해서다.

문혜진 기자 h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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