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오른다.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 시점은 2064년으로 늦춰졌지만 청년세대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OECD 최악 수준인 노인빈곤율도 해소될 기미가 없다. 국회는 연금개혁 특위 활동시한을 2026년 말로 연장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연금개혁을 올해의 주요 국책과제로 꼽고 있다. 이제는 개혁의 시간, 연금개혁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가 오른다. 18년 만이다. 지난해 3월에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기존 9%에서 매년 0.5%씩 인상돼 오는 2033년에는 13%가 된다. 소득대체율도 기존 41.5%에서 43%로 높아진다.
이렇게 해서 달라지는 점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2055년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 시점이 2064년으로 9년 정도 연장됐다.
2. 현재 기준으로 할 때 평균적인 국민연금 가입자(평균 납입기간 20년 기준)는 한 달에 4만 원 정도의 연금을 더 수령하게 된다.
제 역할 못하는 연금시스템…구조개혁은 필수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은 다소 연장됐지만 기금 소진 이후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기금 소진 이후엔 연금 지급을 위해 보험료율 30% 대로 올리거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어느 쪽이든 모두 미래세대의 부담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OECD 최악 수준인 노인빈곤 문제는 어떨까? 현재 가입자 평균 연금 수령액이 60만 원 대인데 한 달에 4만 원 정도를 더 받는다고 노인빈곤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도 않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제시했던 연금개혁안이 보험료율 12.9%와 소득대체율 50%였다. 현재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와 큰 차이가 없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흘려보냈으나 달라진 것은 오십보 백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오히려 퇴보한 측면이 더 크다.
그 사이 1차 베이비부머가 은퇴했기 때문이다. 1차 베이비부머는 이제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연금 수급자 대열로 들어섰다.
베이비부머는 한 해에 90만 명 이상 태어났던 1955년생부터 1974년생까지를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인구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세대다. 이 가운데 55년생부터 63년생까지를 1차, 64년생부터 74년생까지를 2차 베이비부머로 부른다.
▶연도별 출생아수는 1차 베이비부머가 약 9백만 명, 2차 베이비부머가 약 천백만 명에 이른다.
만약 2007년에 12.9%로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했다면 1차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전까지 국민연금 기금 적립에 더 기여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령하는 연금도 지금보다는 조금 넉넉했을 것이고 노인빈곤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720만 명이 넘는 1차 베이비부머가 보험료 인상분에 대한 기여 없이 은퇴하면서 기금 소진 시점은 더 짧아졌고 미래세대의 부담도 그만큼 더 커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차 베이비부머 상당수가 은퇴하기 전에, 인상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적용받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금개혁의 진정한 성과는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연금개혁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다소’ 벌었다는 것에 있다. 개혁을 추진할 디딤돌 정도를 놓았다는 의미이다. 연금개혁이라는 묵직한 과제는 여전히 한국사회 앞에 놓여 있다. 이제는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도 못하면서 지속가능성도 희박한 우리의 연금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하는 시간이다. 보험료율 등의 숫자만 손봤던 지난해의 모수개혁과 비교해 구조개혁이라고 흔히들 일컫는다.
한국 연금시스템은 주요국가 52개국 가운데 최하위권
현시점 우리의 연금시스템이 세계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가늠해 수 있는 자료가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서와 글로벌 투자정문 컨설팅기관인 CFA가 공동으로 발표하는 글로벌 연금지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월 공개 2025년 글로벌 연금지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순위는 52개국 가운데 49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 연금 제도의 소득보장 적정성은 조사대상국 52개국 가운데 49위, 지속가능성에서 26위였다.
지난해 연금재정 적자 문제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며 몸살을 앓았던 프랑스는 좋은 비교 대상이다.
▶한국의 글로벌연금지수 순위는 주요국가 52개국 가운데 49위로 최하위권이고, 최근 연금개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에 비해서도 한참 뒤진다.
프랑스는 연금개혁을 놓고 정권의 명운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를 맞았지만 연금제도 자체만 봤을 때 한국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연금시스템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회는 현재 연금개혁 특위를 꾸려 개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활동시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이재명 정부도 연금개혁을 올해 6가지 핵심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연금문제는 정말 복잡하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이 개혁 논의에 참여하기 어렵게 만든다. 정치권도 당장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분야여서 웬만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연금문제만큼 모든 세대와 계층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분야도 없다. 세금정책과 노동시장, 정년, 경제 성장이 모두 함께 맞물려 있다. 모든 개혁이 중첩된 분야이자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될 분수령이 바로 연금개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노후 문제를 비켜갈 순 없다.
내란 정국에 가려져 있지만 2026년은 현세대와 미래세대, 또 그 이후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새로운 연금시스템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는 중차대한 개혁의 시간이다.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