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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수리력 ‘상위권’인데…한국 근로자 인지역량, 나이 들수록 급락

헤럴드경제 김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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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수리력 ‘상위권’인데…한국 근로자 인지역량, 나이 들수록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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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역량 보상 안 되는 임금체계가 핵심 원인”…직무·성과 중심 개편 주문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우리나라 근로자의 인지역량이 청년층에서는 국제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감소 속도가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역량 향상에 대한 보상이 미흡한 임금체계가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발표한 KDI FOCUS ‘근로자 인지역량의 감소 요인과 개선방안’에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를 활용한 국제 비교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2년 실시된 1주기 조사에서 우리나라 25~29세 근로자는 수리력 6위, 언어능력 4위로 OECD 17개국 중 상위권을 기록했다. 다만 10여 년 뒤인 2022~2023년 2주기 조사에서는 수리력과 언어능력 모두 중위권 수준으로 하락했다.

[KDI 제공]

[KDI 제공]



문제는 연령에 따른 하락 속도다. 보고서는 한국 근로자의 인지역량 감소가 20~30대부터 시작되고, 50대 이후 급격히 가속화되는 점을 핵심 특징으로 지목했다. 2주기 조사 기준으로 25~29세 대비 40~44세 근로자의 수리력은 14.1점, 언어능력은 18.9점 낮아졌는데, 이는 독일·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감소 폭이 크다.

KDI는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역량 향상에 대한 유인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임금체계를 들었다. 국제 비교 분석 결과, 한국 근로자는 수리력이나 언어능력이 1표준편차 높아져도 임금 상승률이 2~3% 수준에 그쳐, 미국·독일·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률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아, 임금이 역량보다는 연공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구조가 ▷취업 이후 역량 개발 투자 위축 ▷중·장년층 생산성 저하 ▷고령 인력 활용의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자동화·AI 확산으로 직무 전환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평생에 걸친 역량 축적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생산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KDI는 정책 대안으로 직무급·성과급 등 역량 기반 임금체계 확산, 재직자 학습·훈련의 실효성 제고,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등을 제시했다. 김민섭 KDI 연구위원은 “역량과 성과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 전제돼야 근로자의 자발적 학습과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며 “임금체계 개편은 근로자 역량 강화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