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우에 요코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가 지난 2024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조세이탄광’이란 말을 꺼냈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14일 이노우에 요코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水非常·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새기는 모임) 대표의 목소리에는 들뜬 기운이 역력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일제강점기 조세이탄광에서 희생된 조선인 등 노동자 유해 발굴은 잘못된 식민지배를 했던 일본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했던 일”이라며 “다카이치 총리가 지금이라도 새기는 모임이 발굴한 희생자 유골의 디엔에이(DNA) 감정에 한국 정부와 함께 협력을 약속한 걸 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하루 전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뒤 다카이치 총리는 “조세이탄광 유골 디엔에이 감정에 한·일간 협력 조정이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고,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뜻을 같이 했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도코나미 해안가와 바다 밑 해저를 연결한 조세이탄광은 일제강점기이던 1942년 2월3일 바닷물이 새어들어오면서 현장 노동자 가운데 조선인 136명, 일본인 47명이 수몰되는 참극이 일어난 곳이다.
일본 시민단체 ‘새기는 모임’이 지난 30여년 넘게 진상규명 끝에 82년동안 감춰졌던 갱도를 지난 2024년 찾아냈다. 이어 시민 모금으로 마련된 자금으로 지난해 8월에는 전문잠수사를 동원한 수중 탐사에서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두개골 등 유골 4점을 찾아냈다. 이노우에 대표는 “유골들은 희생자의 존재를 증명할 뿐 아니라 역사를 증언하는 ‘증인’으로 지금 되살아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유골이 희생자들이 어떤 분이셨고, 왜 이곳에서 돌아가셨는지를 말하면서 일본이 과거 저질렀던 식민 지배의 잘못을 되돌아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기는 모임의 노력이 있기 전까지 억울한 한국인 등의 원혼은 80년 넘는 세월동안 양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왔다. 특히 일본 정부는 그동안 수몰사고 관련 기록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갱도·유해 발굴 요청에는 ‘갱도 위치 파악이 안된다'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새기는 모임이 직접 중장비를 동원해 땅속에 파묻혔던 갱도 위치를 찾아낸 뒤에는 ‘수중 갱도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 참여에 난색을 보였고, 유골이 발견되자 이번엔 일본 경찰청이 뚜렷한 이유도 대지 않은 채 디엔에이 감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에 대해 이노우에 대표는 “지난해 8월 일본 정부에 (디엔에이 감정을 위해) 유골을 넘긴 뒤 5개월 동안 기술적 문제 뿐 아니라 정치적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극복해 나가기로 결단을 내린 것 같다”며 “일본 외무성과 경찰청 등이 한국 정부와 협상을 거듭한다는 걸 확인한 만큼 믿고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와도 행정안전부와 외교부 등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다카이치 총리 발표에는 조세이탄광 내부 유해 추가 발굴에 대한 정부 지원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현재 일본 정부는 수몰사고 뒤 80년 넘은 수중 갱도 내부 안전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 예산 지원도 일제강점기 조선인 희생자들에 대한 수중 발굴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기는 모임은 오는 20일 예정된 일본 정부와 교섭 등을 이어나가면서 자체 수중 발굴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사고 현장으로 진입하는 수중 갱도를 확인한 만큼 향후 유골이 대거 추가 발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노우에 대표는 “모든 힘을 다해 남은 유해를 수습해 유족들에 반환할 길을 마련할 것”이라며 “한·일 정부가 시민과 함께하는 ‘유골 수습 프로젝트’가 마련돼 수많은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의 실마리 구실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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