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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폭력적인 군사작전을 벌이면서 온 세계를 들쑤셔놓았다. 트럼프는 엄연한 주권국가인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와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침실에서 ‘떠’왔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경호실의 80여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있었다. 살아남은 경호원의 증언에 따르면 자신들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했다고 한다. 무서운 일이다.
미국 우주군 요원들까지 동원한 이번 군사작전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데, 이 침공(군사작전명 ‘절대적 결의·Absolute Resolve’)의 배경은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원유’가 목적이라는 것은 거의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생각이 많아진다. 뉴스매체 ‘슬로우 뉴스’는 지난 1월 7일, 이런 제목을 달았다.
불편한 질문, 미국 정부가 전두환을 체포했다면 한국 국민들은 환영했을 것인가
독자 제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국민을 학살하고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극악한 독재자를 늘 민주주의를 외치는 정의(?)로운 미국이 응징(!)한다며 미국으로 체포해간다면, 그 독재자의 압도적인 힘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하던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환호를 해야 할까? 주권침해라며 항의를 해야 할까?
지금 베네수엘라 국민의 입장이 딱 그 상황인 것 같다. 마두로 집권 뒤 정치적 박해를 피해서 또는 경제적인 압박에 외국으로 떠난 인구가 무려 790만 명이라고 한다. 대략 베네수엘라 국민의 30%가 외국으로 탈출을 했다는 것인데, 이들이 마두로 정권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이 있을 리 없다. MBC 취재진이 마두로 부부가 재판을 받는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 앞에서 이들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취재했는데, "감사해요 트럼프", "마두로 아웃"이 적힌 팻말을 들고 '베네수엘라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민주주의 기대 부푼 베네수엘라 이민자들, 트럼프는 '시큰둥' [World Now]
이 기사의 아이러니한 점은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의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염원과 응원에 비해 트럼프는 그야말로 심드렁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명분으로 마약 카르텔 분쇄와 베네수엘라 민주주의를 내세웠지만, 온통 관심은 베네수엘라 원유와 남미에 대한 중국 영향력 차단에 있기 때문이라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
1985년, CIA의 전두환 제거작전과 관련한 숨겨진 이야기
1985년이면 전두환 정권이 어떤 식으로 장기집권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을 때다. 2월 12일 제 12대 총선을 앞두고 미국에 있던 DJ가 2월 8일에 전격적으로 귀국하면서 파란을 일으켜 신당인 ‘신한민주당’이 엄청난 승리를 거두었다. 전두환은 DJ를 어떻게 다시 감옥에 잡아넣을 것인지 고민하면서 ‘가택연금’을 하고 있던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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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즈음 정보기관인 국군보안사령부에 특이한 정보가 입수되었다. 미국 CIA가 전두환 정권을 뒤엎고 박아무개 전직 장성을 중심으로 정변(政變)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트럼프가 마두로를 잡아간 것을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전두환 정권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정보였다.
소문은 구체적이었다. “새정부는 나(박장군)를 주축으로 육사출신 장군그룹이 활동중이며 미국측과 정권수립에 관한 각서에 서명했다.”, “예비역장군인 주미공사 소개로 美안보담당과도 접촉하고 있다.”, “烏山비행장을 통하여 미군용기로 美國을 왕래하며 정국문제를 협의한다.”, “정변의 주도세력은 예비역 3성장군인 朴장군파와 육사출신의 소장파가 있다.”, “쿠데타 시기는 학생소요 및 노조소요시 美8군에서 지원, 혁명세력이 지휘부대를 투입해 현정부를 전복한다.” 등이다.
국군보안사령부는 이 소문이 재야단체로부터 나온 것을 파악하고 역추적을 한 후, 실소를 금치 못하였다. 박재욱이라는 예비역 대위가 스스로 예비역 장군을 사칭해서 재벌기업인과 전직 국회의원, 국영기업체 임원 등 8명으로부터 ‘거사자금’ 명목으로 당시 돈으로 ‘9천여 만 원’을 뜯어낸 사기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특이한 것은 이렇게 돈을 뜯긴 사람 중에는 요즘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구에 회자 된 ‘삼부토건’의 창업자인 조정구(趙鼎九, 당시 69세)씨도 있었다.
정보공작으로 DJ를 ‘내란음모’로 다시 엮으려 했던 보안사
그러나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국군보안사령부는 즉각 사건화 하지 않고 ‘P프로젝트’라는 조작사건을 만들어냈다. 보안사는 유언비어를 유포한 재야단체의 ‘고 아무개’를 프락치로 활용해서 김대중과 연계된 재야단체를 이번 정변 사기사건의 중심조직으로 만들어내려 했다. 재야조직 전체는 물론 DJ까지 ‘내란음모’로 엮어 넣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재야단체의 간부들은 지긋지긋한 전두환 독재정권을 미국이 제거해준다는 것을 믿어주는 척 하면서 프락치 고 아무개를 제명했다. 만약 프락치가 제안한 대로 거사(?)가 벌어지는 날 무슨 액션을 취했더라면 꼼짝없이 ‘내란음모’에 가담한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조직은 물론이고 DJ까지 다시 엄청난 고난을 겪게 되는 것이다.
조작 사건은 물거품으로 돌아갔지만 재야단체의 간부들은 민간인임에도 불구하고 백주대낮에 보안사라는 군인조직이 납치해갔다. 그리고 발가벗겨지고, 거꾸로 매달려 야전침대 각목으로 고기다지듯 두들겨 맞았다. 잡혀간 사람들은 묵비하고 단식하고 자해하면서 극렬히 저항하고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 시절의 일상이었다.
독재자를 응징하는 미국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가 아는 한 지금의 상황은, 세계 최강 국가 미국이라는 나라의 가장 힘이 센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주권국가인 베네수엘라의 독재자(라 불리는) 마두로를, 잠자는 침실에서 그의 부인과 함께 ‘떠’왔다. 명분은 마약 카르텔 분쇄라고 하지만 누구나 다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원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스스로도 이 상황이 국제법의 위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국제법이 필요없다”(I don’t need international law.)고 일갈한 것이다.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무력으로 집권을 한 독재자 전두환을 미국이라는 구원자가(실제 광주시민은 당시 그런 환상을 가졌다) 나타나 납치해 간다면, 당장 독재에서 벗어나게 되는 한국 국민들은 좋아해야 할까? 혹시라도 미래에 한국이 독재자가 나타나고 그 독재자를 미국의 어떤 대통령이 강제로 ‘떠’가게 되면, 우리 한국민은 그 미국의 ‘어떤’ 대통령에게 감사해하고 고마워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 시위에서 했던 이야기다.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을 내쫓으려 하는데, 다른 나라가 비난하는 건 못 참겠더라고, 욕을 해도 우리 한국민이 하고, 내쫓아도 우리 한국민이 하는 게 옳지.”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자발적이 투쟁을 응원한다.
필자 주요이력
- 前 정치컨설턴트
- 前 KBS 뉴스애널리스트
- 現 경제민주화 네트워크 자문위원
- 現 최요한콘텐츠제작소 소장
아주경제=최요한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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