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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법 어디로]②"도박장" 외면하더니, 이제 와서 "오너 탓"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최용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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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법 어디로]②"도박장" 외면하더니, 이제 와서 "오너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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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밖에서 오너 추진력으로 성장
"대주주 15% 제한 신사업 진출 막아"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샛길로 빠졌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핵심 쟁점이 되면서 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묻히고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오너들의 전횡을 막겠다는 의도다. 금융위는 최근 국회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주요쟁점 조율방안'을 제출하면서 "거래소는 핵심 인프라지만 소수의 창업자·주주가 거래소 운영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수수요 등 운용수익이 집중되고 있다"며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안을 제시했다. 투자 유치 막혔는데 지분 분산?

실제 거래소 대주주들의 지분율은 제도권 금융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두나무 송치형 회장은 25.5%, 빗썸 실소유주 이정훈 이사회 의장은 70%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게 형성된 것은 과거 비제도권 하에서 대기업과 금융사들의 투자를 받기 어려웠던 이유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지난 10여년간 도박장 취급을 받아왔다. 지난 2018년 시장 광풍이 불면서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벤처기업 인증에서 제외시키고 사실상 사행산업·유흥업으로 분류했다가 지난해말 해제했다. 당시 코인원은 마진거래 상품을 출시했다가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높은 수익성과 현금 창출력을 갖춘 업비트, 빗썸은 제도권 투자기관들에 매력적인 투자처였지만, 거래소 접촉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에서 대기업들은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 2021년께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사업자 인가 제도가 마련되면서 그나마 투자사나 코스닥 업체들이 인가받은 거래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두나무 창업 초기 소액 투자했던 카카오 투자 자회사가 두나무 지분을 10%로 대폭 늘리고, SK스퀘어가 코빗 지분 33%를 인수한 것도 이때다.


이렇게 거래소들은 오랜 기간 제도권 밖에 놓여 금융사 등 외부 투자를 받기가 어려웠고 창업자들도 지분을 분산시키기 쉽지 않았다.

면박에도 버틴 오너들 '세계 2위'로 키웠다

금융위가 대주주 지배력 집중을 문제 삼는데는 업계의 성장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비제도권 하에서 회사와 산업을 키우려면 당국의 매를 맞더라도 대주주의 추진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두나무와 빗썸, 코인원이 세계적인 거래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당국의 면박과 그림자 규제 속에서도 다양한 실험과 도전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거래소들은 다양한 섹터의 코인과 토큰 도입, 렌딩·코인빌리기 등 상품 출시, 해외거래소 설립, 블록체인 세미나와 업계 교류 등 많은 시도를 해왔다. 이중 오더북 공유, 파생상품, 트래블룰(송수신 규칙) 등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공개 면박과 철퇴를 맞기도 했지만, 결국 연착륙 과정을 거쳐 국내 시장을 세계 2위로 성장할 수 있게 한 기반이 됐다.

게다가 현재 거래소들은 제도화와 맞물려 규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창업주들은 금융과 결합 등 신사업 모색에 나섰다. 거래소를 기반으로 하되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무리한 거래소 확장은 자제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금융당국의 지분 제한은 대주주들의 신사업 진출을 막을 개연성이 높다. 이번 안이 강행되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지분교환,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는 무산되거나 실효성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기껏 우물 안을 벗어나 금융과 결합 등으로 제도권으로 들어가려는데, 오히려 당국이 가로막는 꼴이다.


금융당국의 일방적인 추진에 대해 업계는 답답해하고 있다. 금융위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것을 알면서도 이번 안을 추진하는데 대해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맞물려 다른 부처나 한국은행 등의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억측까지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금융위가 국회와 업계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대주주 지분 제한을 내놓은 것은 사업자(VASP) 승인, 스테이블코인 등과 맞물려 다른 목적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 15% 제한은 지금까지 오너십으로 성장한 회사를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라며 "지분율을 올리든지 점진적으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제대로 된 지분가치를 평가받아 엑시트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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