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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왜 거기서 나와? CES에 등장한 HD현대[경제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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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왜 거기서 나와? CES에 등장한 HD현대[경제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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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윈 모범사례로 언급
롤란트 부시 지멘스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무대에서 악수하고 있다. 양사는 이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 협력을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롤란트 부시 지멘스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무대에서 악수하고 있다. 양사는 이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 협력을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지금 보는 게 선박 전체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 거예요. 선박의 볼트, 너트 하나하나 전부 다 반영돼 있습니다. 엄청나죠?”

전 세계에 걸쳐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HD현대 선박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엔비디아가 디지털 트윈 기술과 관련해 독일 기업 지멘스와 협력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로, 지멘스 디지털 트윈의 모범 사례로 HD현대를 언급한 것이다. 황 CEO는 이어 “앞으로는 선박이 디지털 트윈, 즉 가상의 바다에 띄워져 어떻게 작동하는지까지 시뮬레이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0년대 중반 주목받기 시작한 디지털 트윈은 말 그대로 가상 공간에 현실 세계와 같은 물리 법칙 등이 적용되는 ‘쌍둥이’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가상 공간에서 제약 없이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조건을 찾고, 현실에 적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이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새로운 시도에 따르는 위험을 피할 수 있어 AI 전환에 필요한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실 세계에서 문제는 원인이 하나인 경우보다 여러 요인이 서로 복잡하게 결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디지털 트윈을 통해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으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가운데 황 CEO가 모범 사례로 HD현대를 꼽은 이유는 조선업이 가지는 특징 때문이다. 현존하는 운송 수단 중 가장 큰 구조물인 선박은 설계·생산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조립이나 용접 등 생산 과정에서 여러 모듈이 동시에 진행돼 대규모 데이터가 지속해서 실시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이를 관장하는 플랫폼 시스템이 까다롭다.

부품도 매우 많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한 척에 약 700만개의 부품이 사용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발달해 볼트나 너트처럼 기존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세밀한 데이터까지 설계하고 있다. HD현대는 조선업의 설계·생산 데이터를 도면 중심에서 디지털 기반 데이터로 전환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멘스와 조선업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와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HD현대가 현재 엔비디아 가상 환경 플랫폼 ‘옴니버스’에 구축한 디지털 트윈은 실제 조선소나 건조 중인 선박 형상과 거의 일치한다고 HD현대는 설명했다. 특히 골리앗 크레인, 대형 운반 장비 등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선박에서 작업하는 사람들까지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은 AI 전환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HD현대가 추진 중인 디지털 트윈 역시 ‘미래 첨단 조선소(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21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조선소의 모든 공정을 실시간 데이터로 연결하고, 디지털 트윈으로 관리하고 최적화한 지능형 조선소를 구축하는 것이다. 2030년까지 총 3단계로 진행되는데 완료될 경우 생산성이 30% 향상되고, 건조 기간은 30% 줄어 비효율이 없어질 것으로 HD현대는 기대하고 있다.

최근 AI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며 디지털 트윈 기술이 발달하고, AI 전환도 가속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올해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과제는 제조업의 AI 전환, 일명 ‘맥스’(M.AX)다. 제조업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구조물을 만드는 조선업이 AI 전환에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인간의 개입 없이 분석하고, 예측·판단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최종 5단계가 머지않아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워낙 기술 발달 속도가 빨라서 AI가 판단은 물론 예측까지 해서 정책도 내놓는 단계에도 이를 것”이라며 “한국이 원천 AI 기술은 미국이나 중국에 뒤처져 있을 수 있어도 제조업과 응용 AI 강점을 활용한다면 한국이 AI 전환에 불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도 있다.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가 본격화해 제조업 AI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경우 노동자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제조 기업 관계자는 “반복적이거나 위험도가 높은 작업은 로봇이 수행하고, 숙련 인력은 고난도 공정과 품질 관리, 기술 적합도 판단 등에 집중하도록 역할이 재편될 것”이라며 “단순 작업은 줄어들지만, 로봇 운용이나 시뮬레이션·데이터 해석 등 새로운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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