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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 상법 개정 전 ‘자사주 품앗이’ 속도…“주주 보호 취지 어긋나”

쿠키뉴스 김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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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 상법 개정 전 ‘자사주 품앗이’ 속도…“주주 보호 취지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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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승인 적법"
정부·여당,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 추진
대웅·광동제약 등 자사주 비율 높은 제약사 분주
법안 개정 신중론도…“경영권 방어 취약한 현실 고려해야”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최근 제약바이오사들의 ‘자사주 맞교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다. 국내 제약사들은 오너 기업이 대부분인 만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선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소액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법 취지에 배치된다는 비판과 함께,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국내 기업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다르면 대웅제약그룹 지주사 대웅은 유투바이오 주식 취득의 대가를 당사 자기주식으로 교부하기 위해 약 121억원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처분 예정 주식수는 56만4745주로, 주당 처분 가격은 2만1500원이다. 유투바이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대웅에 신주 238만8278주를 배정하고 그 대가로 해당 자사주를 인수한다. 대웅은 유투바이오 지분 14.99%를 확보하고, 유투바이오는 대웅 지분 0.97%를 보유하게 된다.

대웅은 처분 목적에 대해 “국내 시장에서 체외진단검사 서비스 및 의료 IT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유투바이오에 대한 현물출자 방식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공시했다.

대웅은 앞서 광동제약과도 자사주를 맞교환한 바 있다. 대웅은 지난달 24일 광동제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상호협력(자본제휴) 차원에서 주당 2만3750원에 자사주 58만1420주를 처분했다. 광동제약은 지난 24일 주당 5980원에 대웅에 230만9151주(138억872만원)를 처분했다.

대웅의 자사주 비율은 처분 이전 기준 29.67%로, 제약업계 중에서도 자사주 비율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입법을 앞두고 기업들의 막판 자사주 처분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법 개정안은 신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기존 보유분도 6개월에서 1년 사이 유예기간을 포함해 1년6개월~2년 안에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 회사 주식을 뜻하는 자사주는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다. 그러나 자사주를 다른 회사 주식으로 교환하면 의결권이 살아나 지배력 강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행 전, 서둘러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비율이 높은 다른 제약바이오사들도 잇따라 자사주를 다른 회사와 맞바꾸고 있다. 광동제약은 자사주 비율이 기존 25.07%로 10대 제약사 중 대웅 다음으로 높았다. 이에 광동제약은 지난달 24일 동원시스템즈에 200만6688주(3.8%), 휴메딕스에 232만9567주(4.4%), 대웅에 230만9151주(4.4%)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광동제약 자사주 비율은 17.9%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이밖에 환인제약은 지난달 11일에도 자사주 131만6880주를 동국제약, 진양제약, 경동제약 등과 맞교환 했다. 한국유나이티드 제약과도 주식 맞교환이 이뤄졌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환인제약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삼진제약도 일성아이에스와 자사주를 맞바꿨고, 국제약품은 일동홀딩스와 자사주를 교환했다. 휴메딕스도 엘앤씨바이오와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기업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우호적인 동종업계 기업에 매각하면 자사주 소각 입법을 피하고, 경영권을 방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자사주 맞교환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발적 소각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1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개별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소액주주의 눈높이에서 보기엔 주주 가치 제고라는 정부여당의 입법 취지와 부합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짚었다.

다만 기업들이 자사주 품앗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도 간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비해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족해 자사주를 최후의 보루로 활용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경영권 방어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취약한 상황인 것은 맞다”며 상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또 “국제적으로도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도 전했다. 자사주가 오용되는 문화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입법을 통한 강제 소각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