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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늘고, 중간고객 줄어든다…백화점 ‘양극화 전략’ 명암

쿠키뉴스 이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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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늘고, 중간고객 줄어든다…백화점 ‘양극화 전략’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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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 3사 50% 가까운 VIP 매출 비중…럭셔리 소비 늘며 외형 성장
VIP 라운지, 커뮤니티 프로그램, 고급 강좌 등 프리미엄 혜택 강화
“심리적 만족감 마케팅 주효…양극화에 중간고객 이탈 우려도”
신세계백화점 본점 에르메스 매장.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본점 에르메스 매장. 신세계백화점 제공



불황 속에서도 백화점 업계가 VIP 고객 집중 전략으로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VIP 라운지·고급 강좌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앞세워 ‘돈 쓰는 고객’을 붙잡는 방식이다. 다만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중간 고객층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산업 총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10월 12.2%, 11월 12.3%로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신장세를 기록하며 주요 유통 채널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 흐름을 보였다. 고수익성 패션 카테고리 등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특히 명품·럭셔리 소비가 늘며 외형 성장을 견인한 영향이 컸다. 백화점 명품 매출은 10월 19.5%, 11월 23.3% 증가하며 고물가·고환율 장기화 속에서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백화점 업계도 명품·럭셔리 수요를 기반으로 VIP 고객 락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빅3의 VIP 매출 비중은 이미 절반에 육박한다. 신세계백화점의 VIP 매출 비중은 전년 대비 8.5%포인트 상승한 47%로 가장 높았고,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46%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는 VIP 고객이 경기 변동이나 물가 상승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객단가가 높아 불황 국면에서도 매출 방어가 가능하고, 명품·주얼리·하이엔드 부티크 등 단가와 마진이 높은 상품군 비중이 커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과도한 할인 프로모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장기 VIP를 위한 ‘트리니티’ 혜택을 신설하고, 최상위 VIP를 대상으로 식사·와인·토크 프로그램을 결합한 커뮤니티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VIP 등급별 무료 수강 프로그램 혜택도 확대해 프리미엄 아카데미 강좌를 보다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모두 갖춘 매장을 지방을 포함해 4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고, 강남점 등에 VIP 라운지를 쾌적하게 확충하는 등 서비스 측면에서 VIP 고객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VIP 에비뉴엘 혜택 중 하나인 ‘스티븐 승마 클럽’ 아카데미.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VIP 에비뉴엘 혜택 중 하나인 ‘스티븐 승마 클럽’ 아카데미.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최상위 등급인 ‘에비뉴엘 블랙’을 상위 777명으로 제한하는 등 프리미엄 제도를 정비했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 럭셔리 호텔·리조트 제휴, 해외여행 패키지 혜택을 강화하는 한편, 골프·승마 클래스 등 스포츠 프로그램 등 콘텐츠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경험형·취향 기반 콘텐츠를 중심으로 VIP 전용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미식·예술 중심의 문화 클래스 ‘더 하이스트 클래스’를 운영하며,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의 예술 강좌, 스페셜티 커피 클래스, 프라이빗 아트 투어 등 소수 정예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VIP 고객은 객단가가 높고 전년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백화점 입장에서도 핵심 고객층”이라며 “이에 맞춰 혜택과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 역시 “VIP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며 “태국·일본·싱가포르·마카오 등 해외 제휴 백화점에서 라운지 이용, 할인, 퍼스널 쇼퍼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VIP 전략이 강화될수록 비용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운지 확충과 프리미엄 서비스 고도화는 고정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백화점들은 VIP 등급을 더욱 세분화해 초소수 최상위 고객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재정비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VIP 라운지 운영 기준을 일부 조정했고, 현대백화점 역시 VIP 선정 기준을 손질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국면에서 ‘중간 고객’ 이탈을 장기 리스크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간 가격대 소비자의 방문 빈도가 줄어들면 객수 기반이 약화되고, VIP 중심 전략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에서 VIP 고객 비중이 커지고 VIP 소비가 확대되는 흐름은,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백화점들이 선택한 마케팅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라운지·컨시어지 등 VIP 관련 투자와 혜택이 강화되는 것은 할인 같은 가격 혜택보다 비가격적 요소를 통해 VIP 고객의 심리적 만족감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며 “VIP 고객에게는 가격 인센티브보다 프라이빗한 경험과 대우에서 얻는 만족감이 더 크게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한 번 이탈한 고객을 다시 불러오는 건 쉽지 않다”며 “중간 가격대 소비자들이 VIP 중심 마케팅에서 ‘내가 갈 곳이 아니다’라고 느끼는 순간 백화점 채널 자체를 떠날 수 있고, 다른 채널로 이동한 뒤에는 소득이 늘거나 경기 상황이 달라져도 새로운 소비 패턴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극화 이후 기존 채널의 중간 가격대 소비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