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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밭에 비료가 필요한지, AI가 콕 집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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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밭에 비료가 필요한지, AI가 콕 집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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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 직원이 경남 창녕에서 벼의 생육 데이터 수집을 위해 드론을 조작하고 있다. 대동 제공

대동 직원이 경남 창녕에서 벼의 생육 데이터 수집을 위해 드론을 조작하고 있다. 대동 제공


“예전엔 비료 뿌리기 전에 아버지와 뒷동산에 갔어요. 아버지께서 논을 내려다보시면서 ‘저기 (벼가) 노랗지? 상태가 안 좋은 거야’ 하시면, 거기에 농약을 뿌렸죠. 지금은 인공지능(AI)이 드론 영상을 보고 필요한 곳에 농약을 뿌리니, 몸이 아주 편합니다.”



지난 8일 국내 매출 1위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의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농부들이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대동의 ‘정밀농업’을 경험한 이들이다. 정밀농업은 농부의 경험에 입각한 기존의 ‘관행농업’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감’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데이터 등을 활용해 생산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하는 농업을 말한다. 농업에 인공지능 기능이 접목되면서 전통적인 농업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국내에서 인공지능 기반 농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은 대동이 사실상 유일하다.



전북 순창에서 콩을 키우는 한승수(34)씨는 인공지능이 거름을 주는 작업(시비)를 직접 판단하는 ‘변량시비’에 만족감을 표했다. 과거에는 눈으로 직접 살피면서 비료를 뿌려야 했는데, 지금은 드론이 항공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구획별 생육 정도를 분석해 ‘맞춤형 비료 처방’을 주기 때문이다. 콩이 덜 자란 곳에 비료를 더 뿌리고, 웃자란 곳에는 비료를 안 뿌리는 식이다. 한씨는 “인공지능이 다 판단하니까 직접 콩의 생육을 측정하러 나가는 시간이 50%는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대동 본사에서 직원에게 정밀농업 설명을 듣고 있는 한승수(왼쪽 첫째·34)씨와 배성문(왼쪽 둘째·56)씨. 대동 제공

서울 서초구 대동 본사에서 직원에게 정밀농업 설명을 듣고 있는 한승수(왼쪽 첫째·34)씨와 배성문(왼쪽 둘째·56)씨. 대동 제공


대동은 농업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 4년간 500만장 가량의 사진 학습데이터를 쌓았다. 사람이 직접 현장을 다니며 드론을 띄워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렇게 만든 학습데이터에 오픈소스로 공개된 유넷(U-Net, 영상∙이미지 분석에 쓰이는 모델)구조를 사용해 분석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서 비료 투입량 조절 외에 수확량 예측, 도복(웃자란 이삭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는 것) 분석도 가능하다.



이런 인공지능 농업은 노동력 절감 뿐만 아니라 비용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농민들의 설명이다. 한씨는 “예전에 거름을 1만평(약 3만3057.85㎡)에 100포(1포당 20kg) 뿌렸었다면 정밀농업을 시행한 지난해에는 20포밖에 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80%를 아낀 셈이다. 한씨는 “비료는 덜 썼지만 수확량은 오히려 10% 정도 늘었다”고 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인공지능 농업의 높은 비용이 걸림돌로 꼽힌다. 구체적인 가격은 농가마다 다르지만, 정밀농업에 드는 대체적인 비용은 농사를 지으며 쓰게 되는 농작업 대행비(인력∙농기계 등으로 업무를 대행하는 일)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동은 추후 비용 절감을 위해 자동화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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