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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서울, 빛으로 살아 숨쉬며 소통한다[기고/최진희]

동아일보 최진희 '2025 서울라이트 광화문'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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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서울, 빛으로 살아 숨쉬며 소통한다[기고/최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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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희 ‘2025 서울라이트 광화문’ 아트디렉터

최진희 ‘2025 서울라이트 광화문’ 아트디렉터

서울의 연말을 대표하는 공공예술축제 ‘서울라이트 광화문’이 4일 폐막했다. 지난해 12월 12일부터 24일간 3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광화문 일대를 찾아 명실상부한 서울의 대표 겨울 축제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줬다. ‘서울라이트 광화문’은 야간 경관을 밝히는 빛의 축제를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기술력과 예술성, 그리고 시민 참여가 결합된 도시형 공공예술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주제인 ‘광화, 빛으로 숨 쉬다’는 서울을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바라보자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광화’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빛이 퍼져나가며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확장성과 상징성을 담고 있다. ‘숨 쉬다’라는 표현에는 도시의 리듬과 에너지, 사람과 도시가 함께 호흡한다는 의미가 있다. ‘빛’은 그저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도시와 시민을 이어주는 감각적 언어로 작동한다.

서울라이트 광화문은 광화문광장과 인근 도심을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아트 무대로 전환한다. 건물 파사드와 공공 공간에 구현된 대형 미디어 프로젝션, 조명과 사운드는 도시 풍경을 예술적 경험의 장으로 재구성한다. 특히 올해 처음 시도된 연말 카운트다운은 인근 공공기관과 언론사 건물에 설치된 초대형 LED 전광판들이 정보 전달을 넘어 시민을 위한 미디어 캔버스로 변화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기술 기반 도시 인프라가 문화와 예술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였다.

이러한 시도는 기술도시 서울의 정체성이 예술로 구현되는 하나의 실험이자 선언이다. 첨단 기술은 예술의 언어로 번역되고 그 예술은 시민의 감각을 통해 직접 체험된다. 도시의 기술력이 시민의 일상 속 감성으로 스며드는 순간, 공공예술은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힘을 갖게 된다.

서울라이트 광화문은 공공예술이 특정 계층의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축제는 복잡한 해설이나 높은 진입 장벽 없이도 빛과 소리, 공간의 변화만으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열린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광화문이라는 공공의 공간에서 예술이 일상처럼 존재할 때 도시는 시민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문화는 삶의 일부로 스며든다. 이러한 접근은 서울라이트 광화문이 단발성 축제를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 공공예술 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서울라이트 광화문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화려한 빛의 향연 그 자체가 아니다.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광화문이라는 공간에서 시민이 예술을 통해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고 연결된다는 데 있다. 빛을 매개로 도시가 호흡하고 시민이 소통할 때, 공공예술은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가치를 충실히 구현해 나가는 것이 서울라이트 광화문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며 서울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최진희 ‘2025 서울라이트 광화문’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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