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해외에서 스포츠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혔습니다."
KIA 타이거즈의 파이어볼러 유망주였던 홍원빈은 지난해 9월 은퇴를 결정했다. KIA는 이범호 감독이 직접 면담을 진행하는 등 선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선수의 의사가 확고했다.
이 감독은 "홍원빈은 구단이 몇 차례나 은퇴를 만류했지만 해외에서 스포츠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며 "오랜 기간 해왔던 야구를 포기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큰 용기를 냈는데 앞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00년생인 홍원빈은 안말초-강남중-덕수고를 거쳐 2019년 2차 1라운드 10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195cm, 101kg의 건장한 신체 조건과 수준급 구위로 관심을 모았다.
문제는 제구였다. 홍원빈은 제구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2024년까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24년에는 허리 통증의 영향으로 퓨처스리그(2군) 3경기 등판에 그쳤다.
홍원빈은 2025시즌을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위치한 야구 전문 트레이닝 센터 '트레드 애슬레틱'을 찾았다. 트레드 애슬레틱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에게도 각광받는 야구 전문 트레이닝 센터로 최근에는 KBO리그 선수들도 이 곳을 찾고 있다.
홍원빈은 트레드 애슬레틱에 머무르는 동안 투구 밸런스를 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미국행을 위해 자비 1500만원을 투자할 정도로 간절했다.
홍원빈은 지난해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동행했으며, 시범경기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5월 이후 정식선수로 전환된 그는 6월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홍원빈의 데뷔전 성적은 1경기 1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1실점.
하지만 홍원빈은 두 번째 등판이었던 6월 10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⅔이닝 1피안타 3사사구 4실점으로 부진했다. KIA는 이튿날 홍원빈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2군에 내려간 홍원빈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홍원빈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28경기 23⅔이닝 3승 3패 1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5.70이다.
홍원빈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야구인생 2막을 열기로 했다. KIA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홍원빈이 해외로 나가 공부를 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프런트와 감독님께서도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갈 것을) 설득했지만, 선수와 가족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홍원빈이 다시 공을 잡았다. 트레드 애슬레틱은 지난 10일 공식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러 투수들의 투구 영상을 공개했다. 홍원빈도 모습을 드러냈다.
타자를 세워두고 공을 던진 홍원빈은 직구, 슬라이더, 싱커, 커브 등 총 23구를 던졌다. 최고구속은 97.4마일(약 157km/h)이었다. 미국 야구계 관계자들이 홍원빈의 구위를 체크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홍원빈은 지난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곳에서는 누군가를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코치들 역시 끊임없이 훈련하고 연구하며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었다"며 "그 환경 속에서 나 역시 이유를 따지기보다는 100마일이라는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훈련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트레드 애슬레틱이 주최하는 프로데이에서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잃을 것은 없다는 마음으로, 대신 남김없이 준비하겠다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까지 성실하게 몸을 만들고 있다"며 "이제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길 준비가 됐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트레드 애슬레틱과 모든 코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KIA도 홍원빈의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
다만 선수 측에서 복귀 의사를 밝힌 건 아니다. 무엇보다도, 홍원빈은 현재 임의탈퇴 신분이기 때문에 당장 복귀할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임의해지 선수는 공시일로부터 1년이 지난 뒤 복귀를 신청할 수 있다. 승인이 이뤄지면 원소속팀 KIA와만 계약할 수 있다. KBO는 지난해 9월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홍원빈이 임의해지됐다고 공시했다.
만약 홍원빈이 선수로 뛰고 싶다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KIA로 돌아오는 것이다. KIA는 홍원빈의 상황을 계속 지켜보면서 선수의 생각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트레드 애슬레틱 인스타그램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