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담배사업법 개정안 시행…액상담배 가격 2~3배 인상 전망
전자담배 소매점 간 출점거리 제한으로 점포도 일부 정리될듯
정부가 합성 니코틴 성분이 담긴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로 규정하면서 전자담배 규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제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대규모 이탈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전자담배 소매점. /뉴시스 |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올해 4월부터 담배사업법 개정으로 합성 니코틴 성분이 담긴 액상형 전자담배도 제도권으로 들어온다. 기존 담배 원료 범위를 연초의 잎에서 줄기·뿌리, 천연·합성 니코틴 등으로 확대한 영향이다. 이에 액상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같이 각종 규제 선상에 놓인다.
담배업계는 소비자들의 대규모 이탈도 주시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도 기존 담배처럼 각종 제세금이 부과돼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뛸 수 있어서다. 이에 액상형 전자담배 소비자들이 연초나 궐련형 전자담배로 넘어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정부와 담배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4월 24일부터 합성 니코틴 성분이 들어간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사업법, 담배유해성관리법, 국민건강증진법 등을 적용받는다.
이는 1988년 담배사업법 제정 이후 37년 만이다. 합성 니코틴도 일반 담배 수준으로 규제를 받는다. 앞서 합성 니코틴은 지난 2016년부터 규제 논의가 꾸준히 이어졌으나, 액상형 전자담배 소매점을 중심으로 반발이 심해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법안 시행과 함께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같이 광고나 판촉이 제한된다. 제품 겉면에는 경고 그림과 문구가 반드시 표기돼야 하고, 담배 소매점 간 50m 출점 거리 제한도 지켜야 한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행위도 전면 금지된다. 편의점과 가까이 붙어 있는 전자담배 소매점이나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도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액상형 전자담배 가격도 두 배 이상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등이 적용돼 액상 1㎖당 약 1800원, 액상 한 통(30㎖)당 약 5만4000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이 경우 30㎖ 액상형 제품 가격은 현재 2만원대에서 최대 7만원대로 오르게 된다. 담배 한 보루 가격이 4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던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초나 궐련형 전자담배로 넘어올 수도 있다. 국내 담배업계가 법안 도입을 앞두고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된 배경이다.
다만 정부는 해당 법안을 추진하기에 앞서 업계 혼란을 우려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자영업자의 부담도 고려해 세금도 2년간 기존 세율의 50%만 받을 예정이다. 이 기간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수입업체의 제도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액상형 전자담배도 정부의 담배 제조업 허가, 수입·판매업 등록, 담배소매인 지정 등을 받아야 한다.
서울 청파동에 거주하는 주민 이승연 씨(35)는 "4년 전에도 액상형 전자담배 가격이 한 차례 인상된 적이 있어 연초를 폈다"면서 "그러다 액상형 전자담배 원료가 합성 니코틴으로 바뀌면서 담배로 들어가지 않아 가격이 내려갔고, 액상을 다시 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합성 니코틴 성분이 담긴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로 규정하면서 전자담배 규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제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대규모 이탈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기획재정부 |
실제로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담배 개념은 고무줄 잣대처럼 수시로 변화했다. 2016년 정부가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만 담배로 규정했다. 이에 연초 줄기나 뿌리에서 니코틴을 추출한 담배가 등장했다. 이후 정부는 2021년 연초의 잎에서 줄기, 뿌리까지 니코틴을 추출한 경우에도 담배로 묶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연초를 원료로 삼지 않은 합성 니코틴이 기승을 부렸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규제 사각지대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출처 불명의 담배들도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은 여러 차례의 연구를 통해 합성 니코틴에도 발암물질과 같은 각종 유해 물질이 들어있다는 결과를 냈다. 정부는 또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세금이 3조3895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정부가 담배 원료 범위를 연초 잎에서 줄기·뿌리와 천연·합성 니코틴 등으로 전면 확대한 배경이다.
해외에서도 주요 국가들이 합성 니코틴을 담배 범위로 규정한 상태다. 미국은 니코틴이 포함된 모든 제품을 담배로 보고 있다. 캐나다와 프랑스, 뉴질랜드 등도 합성 니코틴이 담긴 전자담배를 담배로 정의했다.
담배업계는 액상형 전자담배 가격이 두 배 이상 뛰는 데다 매장 상당수가 출점 제한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자들의 향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와 상대적으로 비슷한 궐련형 전자담배로의 이탈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는 필립모리스와 KT&G가 각각 40%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국내 담배업계에서 유일하게 합성 니코틴 성분의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BAT로스만스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BAT로스만스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제시하는 규제 방향에 동의하며, 앞으로도 담배 관련 규제를 성실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도 담배로 분리되는 만큼 영향은 받을 수 있겠으나, 아직 관망하는 단계"라며 "궐련형 전자담배도 추가 기깃값이 들어가는 만큼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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