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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대북 정보·팩트 바탕으로 상상한 北 김정은의 신년 독백

조선일보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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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대북 정보·팩트 바탕으로 상상한 北 김정은의 신년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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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취업자 19만 3천 명↑...청년층 17만 8천 명↓
마두로 보니 ‘核이 평양 지킨다’, 트럼프와 회담하면 남는 장사
남측과 대화 얻을 게 없어… 딸 주애 계속 동반해 관심 끌 것
/연합뉴스지난 1일 북한 신년경축공연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있는 딸 주애.

/연합뉴스지난 1일 북한 신년경축공연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있는 딸 주애.


평양도 새해가 밝았다. 김정은은 새해 첫날 우크라이나 파병 군인과 가족 위로를 겸한 신년 경축 행사에서 1812자 분량의 짧은 연설을 했다. 1월 하순 예정인 9차 당대회에서 2만여 병력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대규모 행사 연설만으로 북한의 금년도 정책 속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복심과 복안을 추정해 보는 것이 병오년(丙午年) 한반도 정세 전망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는 그의 생각을 추정한 ‘김정은 신년 독백’이다. 가상이지만 사실이 바탕이 돼 북한 이해에 도움 될 것이다.

공화국 역사상 지난해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간만에 큰물이 들어와 열심히 배를 띄운 해였다. 장병들이 해외 전선에서 사망했지만 위기 극복의 샴페인을 터뜨렸다. 물꼬는 러시아 파병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포탄 60%를 우리가 보냈고, 1만5000명 이상 병력도 파견했다. 30만명이 전사한 푸틴 대통령에게 무기와 병력을 보내준 곳은 평양뿐이었다.


모스크바로부터 확실한 대가를 챙겼다. 석유, 밀가루, 핵잠수함(핵잠) 부품과 전사자 2000여 명에 대해 1인당 20만달러 사망 보상금 등 거액 현금. 남한 연구소는 우리가 25조원 상당의 경제적 이득을 챙겼다고 했다. 최근에 공개한 7800t급 핵잠 기술과 부품도 러시아에서 왔다.

북·러 관계가 밀착되니 베이징으로부터 극진한 환대가 뒤따랐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천안문 성루에 시진핑 주석, 푸틴 다음의 의전 2위 도열은 감개무량했다. 1959년 건국절 김일성 주석도 3위였다. 내가 할아버지를 넘어선 셈이다. 2019년 트럼프와의 노딜 후 5년간 중국은 우리를 홀대했다. 지난해 북·중 관계는 우리가 갑(甲)이었다. 올해도 시진핑, 푸틴, 트럼프와 포커 게임을 잘해야 한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은 선대의 유언, ‘핵무기만이 평양을 지킨다’는 확신을 준다. 정글 같은 국제정치에서 누가 누구에게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나? 평양과 카라카스의 다른 점은 핵무기 보유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 시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 시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외 관계의 빅 이벤트는 트럼프와의 만남이다. 조만간 백악관은 나와의 상봉을 요청할 것이다. 핵 군축 회담이면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불가라고 외무성에 지시했다. 지난해 경주 APEC처럼 어정쩡한 제안은 안 받는다. X망신 당했던 2019년 하노이 노딜 당시의 우리가 아니다. 중·러도 인정하는 국제적 위상이다.

4월에 트럼프가 베이징에 방문하면 시 주석에게 나와의 정상회담 개최를 슬그머니 꺼낼 터. 남는 장사이니 밀당을 지켜보자. 지금은 모스크바와의 관계 지속으로 실리 확보가 중요하다. 정상회담 사진 몇 번 찍는 리얼리티 쇼는 세 번 해봤지만, 트럼프에게나 좋은 일이었다.


유엔 대북 제재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2019년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해제를 요청한 민생 대북 제재안 5건은 이제 휴지다. 서방 감시에도 중·러가 눈감아주면 무용지물. 트럼프도 국제기구 탈퇴하고 국제법 무시한다. 2006년 1차 핵실험 후 공화국을 압박했던 족쇄가 풀린다.

지난해 불로소득은 해킹이었다. 가상 화폐 탈취 규모가 20억달러(약 3조원)를 넘는다는 보고를 받았다. 역대 최대다. 세계 암호 화폐 탈취 절반을 북한이 차지했다. 평양 사이버 전사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문제는 내치다. 외교는 만조기(滿潮期)로 기대 이상인데 내부는 여전히 멀었다. 내가 중국에서 환대받은 것을 외교 승리라 선전했으나 인민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고단한 삶은 여전히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선 부상병 치료를 위해 지방 병원 신속 건설을 강하게 지시했다.


수천 명 병사 희생은 민심 안정에 중요하다. 전사자들을 원호 대상자로 특별 예우하라고 지시했다. 병원 건설과 부상병 치료는 간단치 않다. 후유증과 약제 보급 관리 등 어려운 문제다. 유언비어 확산 방지 등 민심 안정을 잘하라고 보위부, 인민보안성, 군부에 특별 지시했다. 관료들의 면종복배는 항상 예의 주시한다. 주기적 숙청이 필요한 이유다.

올해 핵심 사업은 군사력 강화다. 미국을 상대하는 힘은 군사력 과시뿐이다. 미사일과 포탄 증산을 지시했다.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신규 군수 공장 설립을 공식 결정하고 생산 능력 확충도 지시할 것이다. 전술핵무기, 군사정찰위성, 핵추진잠수함 등 5대 군사 과업 완수가 시급하다.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서자 부쩍 만나자는 제의가 온다. 연초엔 남측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남북 대화 중개 제안도 했다. 남측 대통령이 시진핑에게 남북·중국 연계 철도 등 꿈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조선반도의 엄중한 현실을 무시한 비현실적 망상이다.


남측은 2년 전 공식화한 남북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이해 못 한다. 남측과 대화로 얻을 게 없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 와서 백두산까지 구경시켜 줬지만 얻은 건 없었다. 평양은 워싱턴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남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은 용도 폐기됐다. 섣부른 교류로 남한의 자본주의 물결이 공화국에 유입되는 것은 위험하다.

내가 벌써 평양 통치 15년 차다. 2011년 말 갑자기 권좌에 올라 고모부를 처형하는 등 많은 풍파를 겪었다. 쉽지 않은 세월이었다. 잠시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틈을 보이면 절대 권력도 금방 무너진다. 마두로 체포를 본 뒤 호위 부대 강화를 지시했다.

병오년에도 딸 주애를 동반할 생각이다. 혼자 나가는 것보다 함께 다니니 주목도가 높다. 공개 석상에서 부녀 간 진한 애정 표현에 말이 많지만 대외적 관심을 끄는 데 못할 게 없다. 후계자는 먼 이야기. 내 나이 불혹 갓 넘겼는데 차기 지도자 운운은 남측 호사가들의 담론일 뿐이다. 공화국 정치가 얼마나 엄중한지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하긴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제대로 알 리 없지만 말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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