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지난 12일 공천헌금 비리 혐의를 받는 김병기 의원에 대해 제명을 의결했다. 지난 1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회의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김 의원. 한수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 김병기 의원에 대해 지난 12일 제명을 의결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고 수위의 징계를 결정했다는 것이 윤리심판원 설명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13일 제명 결정에 불복하고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전직 원내대표가 자신이 초래한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억울하다”며 버티는 모양이 후안무치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민주당 지도부가 김 의원을 제명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천에서 돈과 권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사태는 공당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엄중한 일탈이다. 2022년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이던 김 의원에게 강선우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 1억원을 받은 정황을 알렸으나, 그럼에도 김 후보가 단수공천됐다. 서울 동작구 구의원들이 지역구 책임자인 김 의원에게 3000만원을 건네고, 이들이 공천헌금 제공을 폭로하는 탄원서를 이재명 대표 비서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누가 부적격자를 공천했는지, 예외 조항이 있었는지, 탄원서는 어디로 갔는지 밝혀야 할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버티는 김 의원도 문제지만,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한 중대 사태 앞에서 지도부가 ‘휴먼 에러’ 운운하며 꼬리자르기식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 의원 탈당을 촉구하고, 따르지 않자 서둘러 제명을 의결한 행태가 석연치 않아 보이는 것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규에 따라 재심 절차가 진행되는 걸 존중한다”고 했다. ‘김병기 악재’ 수습을 위해 비상징계권 발동을 검토했던 지도부가 김 의원의 재심 요구를 수용할 뜻을 비친 것이다. 최장 60일의 재심 기간이 지도부가 책임을 회피할 시간을 버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시간을 끌다가 김 의원 개인 일탈로 매듭 짓고 당이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으로 유야무야하지 않길 바란다. 비위 사실이 터져도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으로 봉합해온 관행이 누적된 결과가 이번 사태라는 걸 지도부는 명심해야 한다.
김 의원 제명 의결은 시작일 뿐이다. 돈과 권력이 부적격 후보의 길을 터주는 행위는 선거 공정성을 해치고 책임 정치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다. 공천권을 쥔 지도부가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가 공천 전수조사와 재발방지, 시스템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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