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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예열 마친 ‘빙속 샛별’… “내가 이상화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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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예열 마친 ‘빙속 샛별’… “내가 이상화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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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취업자 19만 3천 명↑...청년층 17만 8천 명↓
女 스피드스케이팅 기대주 이나현

8년 만에 단거리서 메달 획득 기대감
500m 주니어 세계新 경신 등 ‘급성장’
2025년 월드컵서 개인 최고 기록 달성도
탄탄한 신체·초반 폭발적 주파 등 강점
후반 400m 지구력에 메달 색깔 달려
전문가들 “전성기 이상화의 향기가 나”
‘빙속 여제’ 이상화의 현역 은퇴 이후 벌써 8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은 그 후계자를 찾는 시간을 가져왔다. 2026년 2월 ‘제2의 이상화’를 찾던 오랜 갈증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다가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2018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에 한국 여자 빙속 단거리 종목에서 메달을 목에 걸 후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빙속 샛별’ 이나현(21·한국체대)이다.

초등학교 시절 잠깐의 선수생활을 했다 그만뒀던 이나현이 다시 스케이트화 끈을 조이며 본격적인 선수가 된 계기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이상화의 역주였다는 점에서 이나현의 올해 올림픽 도전은 자신이 동경하던 우상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나현이 2월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2018년 평창 대회 이상화 이후 8년 만에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이나현이 지난해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1000m에서 역주하는 모습. 뉴스1

이나현이 2월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2018년 평창 대회 이상화 이후 8년 만에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이나현이 지난해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1000m에서 역주하는 모습. 뉴스1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이나현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는 그의 성장 속도가 매섭기 때문이다. 그는 2023∼2024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에서 500m 주니어 세계신기록(37초34)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단순히 유망주에 머물지 않고 성인 무대 적응도 빨랐다. 지난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출전한 4개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걸며 국가대표 에이스 김민선(27·의정부시청)을 위협했다.

그리고 올림픽을 앞둔 2025~2026시즌 이나현의 페이스는 정점에 달해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7초03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달 열린 국내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서는 김민선을 제치고 전 종목 1위를 싹쓸이했고, 12일 열린 전국 동계체전 여자 500m에서도 38초16으로 일반부 챔피언 김민선의 38초61보다 빠른 기록으로 대학부 정상에 오르며 국내 일인자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현재 이나현의 세계 랭킹은 4위로 올림픽 포디움이 결코 꿈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나현의 강점은 좋은 신체조건이다. 육상 선수 출신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탄탄한 하드웨어는 이나현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나현의 신장은 171㎝로 이상화(165㎝)나 현재 한국 빙속의 기둥인 김민선(166㎝)보다 크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에서 큰 키는 양날의 검과 같다. 공기 저항이 커지는 단점이 있지만, 다리 길이를 이용한 ‘롱 스트라이드’를 구사할 수 있어 한 번의 발차기로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이나현은 이 신체적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근력 강화에 나섰다. 그는 1년새 40㎏ 늘어난 160㎏의 스쿼트 무게를 견딜 만큼 하체의 힘을 길렀다. 근육량도 3㎏이나 늘었다.

기술적으로 이나현은 이상화의 ‘파워 스케이팅’과 현대 빙속의 ‘효율적 주행’을 결합한 형태를 띤다. 출발 총성과 함께 첫 100m를 주파하는 폭발력은 이미 세계 최정상급이다. 특히 코너 진·출입 시 높은 원심력을 버텨내는 발목 힘과 체중 이동 기술은 전문가들로부터 “전성기 이상화의 향기가 난다”는 말을 듣고 있다.


이나현은 “운동 많이 한 걸 스스로 아니까 내 스케이팅에 대한 믿음이 있다. 여기에 기술까지 접목되면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월드컵에 나오는 선수들이 올림픽에도 나오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분히 생겼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또 “올림픽 포디움이 목표다. 첫 올림픽인 만큼 열심히 준비했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가서도 떨지 말고 재밌게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나현의 메달 색깔을 결정지을 마지막 변수로 ‘후반 400m 지구력’을 꼽는다. 500m 레이스에서 초반 100m 기록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지만,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스피드를 유지하는 능력을 조금 더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1000m 종목에서도 최근 월드컵 5위에 오르는 등 잠재력을 보여준 만큼 두 종목에서의 체력 안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이나현은 습득력이 매우 빠르고 신체 회복력이 좋아 올림픽 당일 컨디션 조절만 성공한다면 깜짝 놀랄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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