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반도체 공룡’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업계 매출 순위 3위에 올랐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산업 지형이 AI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결과다.
13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7930억달러(약 1168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프로세서, HBM, 네트워킹 칩 등 AI 관련 반도체가 성장을 주도했다.
라지브 라지푸트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는 “AI 반도체는 2025년 전체 반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올해 1조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런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M15X 공장/뉴스1 |
13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7930억달러(약 1168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프로세서, HBM, 네트워킹 칩 등 AI 관련 반도체가 성장을 주도했다.
라지브 라지푸트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는 “AI 반도체는 2025년 전체 반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올해 1조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런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엔비디아 GPU와 프로세서 간 데이터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AI 중심 수요 변화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 순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가트너 집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매출 606억4000만달러(점유율 7.6%)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7.2%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인텔은 478억8300만달러(점유율 6.0%)에 그치며 SK하이닉스에 3위 자리를 내줬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매출 3위에 오른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함께 HBM 공급을 사실상 선도하면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반면 인텔은 PC·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AI 가속기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AI 칩 ‘가우디(Gaudi)’를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고, PC·범용 서버용 CPU 수요 둔화까지 겹치며 매출은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인텔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12%에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매출 1위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2025년 매출 1257억300만달러(점유율 15.8%)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63.9% 성장했다. 반도체 기업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엔비디아는 AI 수요가 본격화된 2023년 처음으로 상위 5위권에 진입한 뒤, 이듬해 사상 첫 1위에 오른 데 이어 2025년에도 선두 자리를 굳혔다.
삼성전자는 2025년 매출 725억4400만달러(점유율 9.1%)로 전년 대비 10.4% 증가하며 2년 연속 2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메모리 호황기였던 2017~2018년과 2021년 팬데믹 특수 당시 인텔을 제치고 매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메모리 수요 확대의 또 다른 수혜 기업은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전년 대비 50.2% 증가한 414억8700만달러(점유율 5.2%)를 기록하며 순위를 7위에서 5위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HBM과 서버용 D램 생산에 집중하면서, PC·스마트폰용 범용 D램 공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졌고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퀄컴과 브로드컴은 각각 12.3%, 23.3%의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에 밀려 6위와 7위로 내려앉았다. 이어 AMD, 애플, 미디어텍이 10위권을 형성했다. 상위 10개 업체의 매출 점유율은 62.8%로 전년(58.8%) 대비 확대됐다.
가트너는 AI 반도체가 2029년까지 전체 반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반도체를 선점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가트너의 이번 순위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공급업체 기준으로 집계됐다. 순수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TSMC가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2025년 매출은 약 1170억달러로 엔비디아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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