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지난해 9월8일 국회 소통관에서 ‘독립기념관 바로 세우기’ 기자회견을 하다 물을 마시고 있다. 이날 김 관장은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주선으로 국회 내 기자회견장을 사용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문진석·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의를 받은 뒤 설전을 벌이다, 시민단체의 규탄 시위 속 국회를 떠났다. 연합뉴스 |
뉴라이트 역사관과 기관 사유화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해임 수순을 밟게 됐다. 국가보훈부 감사에서 비위 사실이 확인돼 김 관장이 이의 신청을 했지만, 보훈부는 감사 결과를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확인된 비위는 기관 사유화,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등 14건이다.
보고서를 보면 그가 공직자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예배에 기념관 강당을 내주는가 하면, 수장고 유물을 꺼내 교인들에게 관람케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1월 시정 권고를 내린 사안이다. 하지만 김 관장은 같은 내용으로 보훈부 감사 결과(12월5일)를 통보받고도, 다음날 또 예배 행사를 열었다. 자신의 ROTC 동기회 행사에 기념관 컨벤션홀을 무단으로 대여해주기도 했다. 한국의 국가정체성이 담긴 독립기념관을 공사 구분 없이 사적으로 전용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참담할 일인데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 다수의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됐다.
감사로 새롭게 드러난 사실도 있다. 김 관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제강점기 한국인 국적을 묻는 질의에 ‘일본 국적의 외지인’이라고 답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런데 당시 독립기념관 실무자들이 준비한 ‘한일합병 조약이 불법이므로 일본 국적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김 관장이 고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관장의 사적 이익 충돌과 공적 의무 위반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 관장은 친일파 인사들의 명예 회복, 1948년 건국절 주장 등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숱하게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광복절에는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애초 그 자리에 어울리는 인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독립기념관은 1982년 국민들이 낸 성금으로 건립됐다. 그간 관장은 애국지사 후손이나 독립운동사 연구의 권위자들로 임명해왔다. 그런 자리를 윤석열이 뉴라이트 인사에게 맡긴 것이다. 사명감이 요구되는 자리에 이런 인사를 앉힌 것은 그 자체로 민족사를 모독하는 일이었다.
이제라도 이사회가 그의 해임을 의결하고, 독립기념관 정상화를 천명해야 한다. 김 관장 외에도 역사 관련 기관의 수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들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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