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100만달러이상 고액자산가
해외로 2400명 이동…세계 4번째
세율 50%지만 실제 부담은 60%
OECD 회원국 평균은 15% 그쳐
해외유출 자금 1300조원 넘을듯
국제적 추세·경제현실 반영해야
최근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 2400명이 해외로 이동한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24년의 1200명과 비교해 100% 증가한 수치로 영국(1만6500명), 중국(7800명), 인도(3500명)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이처럼 부유층의 해외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이 쇠퇴하거나 경쟁력을 잃는 사례 역시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때 세계 1위 손톱깎이 업체였던 쓰리세븐을 비롯해 국내 최대 가구기업 한샘 그리고 락앤락, 유니더스, 게임사 넥슨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이러한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상속·증여세 부담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일본의 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최대주주에 대한 20% 할증과세를 포함하면 실제 부담은 60%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영국·덴마크 등 소수 국가에서만 시행 중인 유산세 방식까지 고려하면 체감되는 세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상속·증여세는 재정 확보와 부의 재분배, 자원배분의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정의의 가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라는 경제적 효율성의 가치라는 양면성을 지닌 제도이다. 1970년대까지 유럽에서는 사회적 정의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해 높은 세율이 적용되었다. 당시 영국은 상속·증여를 통합한 자본이전세(Capital Transfer Tax)의 최고세율이 75%에 달했으며 독일은 50% 안팎,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40~50%, 벨기에는 60% 수준을 유지했다. 더 나아가 스웨덴은 상속·증여세에 부유세와 소득세까지 더하면 전체 실효세율이 70~80%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로 2400명 이동…세계 4번째
세율 50%지만 실제 부담은 60%
OECD 회원국 평균은 15% 그쳐
해외유출 자금 1300조원 넘을듯
국제적 추세·경제현실 반영해야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이러한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상속·증여세 부담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일본의 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최대주주에 대한 20% 할증과세를 포함하면 실제 부담은 60%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영국·덴마크 등 소수 국가에서만 시행 중인 유산세 방식까지 고려하면 체감되는 세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상속·증여세는 재정 확보와 부의 재분배, 자원배분의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정의의 가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라는 경제적 효율성의 가치라는 양면성을 지닌 제도이다. 1970년대까지 유럽에서는 사회적 정의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해 높은 세율이 적용되었다. 당시 영국은 상속·증여를 통합한 자본이전세(Capital Transfer Tax)의 최고세율이 75%에 달했으며 독일은 50% 안팎,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40~50%, 벨기에는 60% 수준을 유지했다. 더 나아가 스웨덴은 상속·증여세에 부유세와 소득세까지 더하면 전체 실효세율이 70~80%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후 정책 기조는 크게 전환돼 현재는 프랑스(45%)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상속·증여세를 낮추거나 제도 자체를 폐지한 상태다. 스웨덴은 2004년 고복지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상속세를 폐지했으며 이후 노르웨이(2014년), 오스트리아(2008년) 등도 잇따라 폐지했다. 현재 OECD 회원국의 평균 상속·증여세율은 15%에 불과하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1993년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출범과 세계화의 진전으로 자본이동의 자유가 크게 확대된 점이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국적변경이나 세법상 거주지 이전이 더욱 손쉽게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대중음악의 상징적 인물인 조니 할리데이와 스웨덴 이케아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 역시 높은 세 부담을 피해 스위스로 거주지를 옮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 또한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 상속·증여세율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편법증여를 위하여 도시 외곽을 중심으로 베이커리가 급증하며 주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거나,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 규모가 1300조원을 넘어섰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상속·증여세율 완화의 시급성을 실감할 수 있다. 당장 세율 인하에 의해 야기되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면 우선 과세구간 개편을 통하여 실효세율을 추가로 인하하거나 최소한 현행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거나 최대주주 할증과세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상속·증여 재산이 실제로 처분되는 시점에 과세하도록 자본이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5000달러를 넘어서며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국제화가 가속화되면서 자본이동의 자유 역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국부를 제도적으로 국내에만 묶어두려는 시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제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반부자 정서를 넘어 국제적 추세와 경제 현실을 반영한 더욱 과감한 상속·증여세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국부의 해외유출을 막고,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당연히 편법증여에 의한 사회적 반부자 정서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동시에 사회적 정의 역시 과도한 과세가 아니라 이들이 창출한 부가 공정하게 분배돼 사회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적 인식의 전환을 통해 실현돼야 할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