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6일 중국 칭다오시에서 열린 ‘제주-칭다오 간 신규 항로 취항식’에 참석한 오영훈 제주도지사(왼쪽 두번째)가 박수를 치고 있다. 제주도 제공 |
제주가 야심 차게 띄운 첫 국제 정기 화물선이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도가 화물선을 운항하는 중국 선사에 손실 보전을 약속한 협정이 ‘정부의 사전 심사 대상’이라는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 나오자, 심사를 건너뛴 오영훈 도정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모임인 국민주권 도민행복 실천본부(실천본부)는 13일 제주시 연동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 행안부로부터 통보받은 법령해석(유권해석) 검토 결과를 공개했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8일 실천본부는 “제주도가 ‘제주항-칭다오항 간 신규항로 개설’ 협정 체결 동의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미리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의뢰해 투자심사를 받아야 하는지”를 문의했다.
지난해 11월26일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에서 중국 선적 ‘SMC 르자오’호에 수출품이 담긴 컨테이너가 실리고 있다. 서보미 기 |
앞서 지난해 10월16일 제주도는 해양수산부 허가를 받은 뒤, 매주 제주항과 중국 칭다오항을 오가는 정기 컨테이너선(컨테이너를 나르는 화물선)을 처음 띄웠다. 신규 항로 개설을 위해 제주도는 선사인 중국 산둥원양해운그룹과 물동량이 부족할 경우 손실 비용(항로 운항 비용-화물 운송 수익금)으로 3년간 최대 225억원을 메워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주도가 행안부의 중앙투자심사(지방자체단체가 대규모 신규 투자사업을 추진하기 전 예산 편성의 타당성을 행안부가 검토하는 제도)를 받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행안부는 답변서를 통해 “(이번) 협정은 ‘제주항-칭다오항 간 신규항로 개설’에 따른 손실비용 보전과 관련한 의무부담(손실액, 손실 지원 대상)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지방재정법 제37조에 따른 ‘투자심사 대상이 되는 예산 외의 의무부담’에 해당하며, 이는 중앙투자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출 금액이 확정되지 않아 당장 예산을 편성할 수는 없지만, 조건에 따라 지자체가 장래에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협정은 ‘예산 외 의무 부담’에 해당하는데, 이런 재정 부담에 대해서도 지방의회 의결 전에 미리 투자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지자체는 행안부의 ‘지방재정 투자사업 심사 및 타당성 조사 운영 기준’에 따라 교부세가 깎일 수 있다.
국민주권 도민행복 실천본부가 13일 제주시 연동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칭다오 신규 항로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법령 해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보미 기자 |
실천본부는 “오영훈 도정은 법적 의무인 투자 심사마저 누락한 채 칭다오 화물선 사업을 강행하며 이러한 기본적 시스템마저 무력화시켰고, 그 결과는 너무도 참담하다”며 “지금까지 12항차(12번 왕복) 운항한 칭다오 화물선의 수출입 물동량은 1항차당 평균 24.3TEU(1TEU는 약 6m 길이의 표준 컨테이너 1개)로, 손실보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손익분기점인 1항차당 물동량 220TEU의 11%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추세대로라면 중국 선사에 3년간 지급해야 할 금액은 20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오 지사가 사과하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실천본부는 “주민감사 청구와 그 결과에 따른 주민소송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본 사업의 협약 체결과 재정지원 예산의 근거가 제주도 조례에 마련돼 있고, 도의회 동의·의결을 거쳐 항로 개설에 필요한 지원금 등 필요예산을 당해연도 예산에 편성한 사항”이라며 “(중앙투자심사를 포함한) 지방재정투자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행안부 판단과 제주도 고문 변호사의 법률 자문 결과 간에 상이한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제주도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최종 판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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