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뉴스웨이 언론사 이미지

[현장에서]반성문에서 자신감으로…1년 만에 표정바뀐 삼성전자 DS

뉴스웨이 정단비
원문보기

[현장에서]반성문에서 자신감으로…1년 만에 표정바뀐 삼성전자 DS

속보
김용현 "거대야당 패악질이 국헌문란…尹, 경종 위해 비상계엄 선포"
그래픽=박혜수 기자

그래픽=박혜수 기자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요즘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보도자료를 보기 힘든 것 같아요"

불과 1년 전 다른 기업에서 물어본 질문입니다. 반도체와 전혀 연관 없는 기업이었음에도 의문과 궁금증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삼성 위기설'의 중심에 있었고 오랜 '침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삼성전자 DS는 홍보조차 삼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마땅히 내세울 만한 내용도 없었고, 실제 그 어떤 것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DS에서는 그저 "지켜봐달라", "열심히 해야죠" 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얘기조차 들렸습니다. DS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홍보는 물론, 심지어 보도자료에도 자제령을 내렸다는 것이었죠. 보도자료는 기업의 메시지를 전하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입니다. 그런 보도자료조차 내지 못하도록 했던 데에는 전 부회장이 보여주기식 이미지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해 실력으로, 결과물로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이라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나는 동안 삼성전자는 이를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단적인 예로 작년 2분기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이 4000억원에 그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9조212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습니다. 분기 영업이익이 23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죠.

HBM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했던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33년간 지켜왔던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타이틀을 빼앗겼던 것도 HBM 여파 때문이었습니다.

전 부회장은 결국 2024년 3분기 잠정실적 발표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 반성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한 작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HBM 초기 대응 실기를 인정하며 "HBM4 등 차세대 HBM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움츠리고 있던 삼성전자 DS부문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입니다. 여유를 되찾기 시작했다는 거죠. 당장 연초 신년사부터 여실히 드러납니다. 전 부회장이 취임 직후 새해를 맞이했던 2025년의 경우 고(故) 한종희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 부회장은 공동명의로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신년사에는 DS부문에 대한 별다른 메시지는 없었죠.

그러다 올해 2026년 신년사에서는 전 부회장과 스마트폰, TV, 가전 등 사업을 영위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인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목됐던 것은 전 부회장의 메시지였습니다. 전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HBM4(HBM 6세대)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그간 HBM 시장에서 고전해왔지만 HBM4만큼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읽힙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을 때도 엔비디아에 HBM4 공급을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는 내용도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높은 성능 등을 앞세우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HBM4가 1c(10나노급 6세대) D램 기반에 4나노 로직 공정을 적용하고 설계를 최적화해 JEDEC 표준(8Gbps) 및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11Gbps 이상의 성능을 구현했다고 했죠.


HBM 시장에서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여유만만하던 경쟁사조차도 얼마 전 경영진들이 실무진을 불러 자신들의 HBM4 기술력을 적극 홍보하라는 주문을 했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역량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 것은 지난해 4분기 실적입니다.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영업이익 20조원(잠정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사상, 한국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아직 잠정실적이다보니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DS부문의 영업이익이 15조~1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DS부문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80% 가량을 책임졌다는 것이죠.

같은날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작년 4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메모리 매출 93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같은기간 D램과 낸드 매출에서 각각 192억 달러, 67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시장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SK하이닉스에 내줬던 글로벌 D램 왕좌 자리를 1년 만에 되찾아온 것입니다.

올해 HBM4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D램 1위 영광을 되찾은 데 이어 HBM4에서도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정단비 기자 2234jung@

저작권자(c)뉴스웨이(www.newsw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