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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쓰봉·자쿠' 일본서 온 외래어 유감

연합뉴스 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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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쓰봉·자쿠' 일본서 온 외래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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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본인 제공]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본인 제공]



◇ 쓰봉의 원말은 '쥐퐁'…일본서 온 외래어 '주의'

원래 외국어인데 일본을 거쳐 오며 우리말에서 일상으로 쓰이는 말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하면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연세 지긋하신 많은 분이 쓰시는 '쓰봉'이라는 단어의 원말은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다.

느낌도 그렇지 않은가.

일본말 'ズボン'(쓰봉)은 'jupon'(쥐퐁)이라는 불어에서 온 말이다. 원어로는 속치마/여자(집합명사)/스코틀랜드人의 남성용 짧은 스커트를 의미한다.


그러던 것이 일본말 '쓰봉'이 되면서 '남성용 양복바지'의 뜻으로 어의전성(語義轉成)까지 된 경우다.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말을 구태여 사례로 꺼낸 것부터 사실상 문제다.

참고로 '도란스'는 영어 Transformer에서 앞부분 '트랜스'만을 따서 일본말화한 것이다. 우리말로는 변압기다.


'빠께쓰'는 버킷(Bucket), 양동이를 말한다.

'쓰봉'에 달린 '자쿠' 혹은 '자꾸'도 머리 아프기는 매한가지다. 많은 사람이 '자꾸'라고 쓸 줄 알았다.

그럼 '자크'일까? 우선 원어는 Chack(책)이다. 1920년대 히트한 지퍼(Zipper)류의 한 상표였다.


이걸 일본인들이 보통명사 '지퍼' 대신 '책'을 자꾸 썼다. 예상대로 발음이 안 돼 '책'이 '잣쿠'(チャック)가 됐고, 이 땅에서까지 오랫동안 '자꾸'가 세를 얻었다. 지퍼, 혹은 파스너(Fastener)로 해야 바르다.

호치키스(Hotchkiss)도 마찬가지다. 이걸 발명한 사람 이름이 벤저민 호치키스고, 상표명이기도 하다. 스테이플러(Stapler)라고 해야 옳고, 더 좋은 건 우리말 순화어 '찍개'다.

◇ 저력의 진짜 속뜻

"(이전 생략) 하나의 사례가 '저력(底力·일본어 발음 소코지카라)'이다. 한자의 뜻은 '밑바탕 힘'이지만, 사용 맥락은 한·일 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마라톤의 40㎞ 지점을 선수들이 저력을 발휘해야 할 승부처라고 할 때, 한국어의 저력은 막판에 발휘하는 '뒷심' '뚝심'의 의미지만, 일본어의 저력은 지니고 있는 '진짜 힘'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평소 갈고닦은 힘, 꼭 필요할 때 발휘되는 힘, 쉽게 얻어지지 않지만 쉽게 없어지지도 않는 본연의 힘이라는 말이다.(후략)"

우리나라와 일본어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다룬 어떤 칼럼에서 읽은 내용이다. 우리말로 먹고 살아온 필자의 관점으로는 글쓴이가 일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한국어가 만만한가 보다.

저력(底力)은 속에 간직하고 있는 든든한 힘/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어려울 때 드러나는 밑바탕의 힘, 이런 의미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쓰임이 같다.

가령 "한국인은 특유의 저력으로 이 경제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고 하면, 이게 뒷심인가?

뚝심도 투박하기만 하다. 저력엔 지력(知力)과 용기도 포함된다.

◇ 미세먼지는 단음으로

미세먼지는 읽을 때 [미:세먼지]가 아니다. 짧게 읽어야 한다. 즉, [미세먼지]로 읽어야 맞다.

장단을 지키라는 것은 긴 발음은 길게, 짧은 발음은 짧게 하라는 것이다. 짧은 발음도 길게 하라는 게 아니다. 장단음은 단어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그 다양한 변화로 읽기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장단 구분 없는 리딩(reading)은 그래서 강퍅하게 들린다. 젊은 층은 길고 짧음 없이 그냥 짧게 하는 게 보통이다. 중장년층은 이들보다는 나으나 습관, 관성, 혹은 나름의 상식(?)에 기초해 왕왕 짧은 발음을 길게 하는 오류를 보이곤 한다.

'미세먼지'처럼 긴 것 같지만 짧은 발음 사례를 모아 추려본다.

微細(미세)/綿密(면밀)/調査(조사)/提供(제공)/飛翔(비상)/拘束(구속)

河川(하천)/寒食(한식)/該當(해당)/點檢(점검)/浮上(부상)/要請(요청)

訴訟(소송)/賠償(배상)/量(양)/居住(거주)/圓(원)/情狀(정상)/玄關(현관)

哀悼(애도)/心理(심리)/具體的(구체적)/召天(소천)/排除(배제)

邊方(변방)/銅(동메달)/課標(과표)/階級(계급)/禮儀(예의)/乾燥(건조)

景品(경품)/固守(고수)/波紋(파문)/條件(조건)/求職(구직)/離陸(이륙) 등.

◇ 활음조 현상

가수 비비의 '밤양갱'이라는 노래가 몇 년 전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이라는 부분의 가사다. 어떤 우리말 칼럼에 보니 표준어는 '달디달다'가 아닌 '다디달다'가 맞는다고 지적한 내용이 생각났다.

'밤양갱' 노래를 다시 들어봤다. 역시나 귀엽고 재치 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맞는 표현은 '다디다네'다. 원형은 '다디달다'가 맞는다.

'나날이' '다달이' '유월' '시월' '초파일' '하릴없이' 하듯 부드러운 발음을 위해 겹치는 받침을 탈락시키는 활음조 현상에 해당한다.

다시 정리하면 '다디달고 다디단 밤양갱'이라야 옳다.

◇ '하나'와 '한데'

우리가 말을 하다 보면 '그러나'를 짧게 '하나'라고 발음한다.

'허나'는 입말, 구어에서는 인정하나 글에선 그렇게 쓰면 안 된다. '하나'로 써야 하고 '그러나'로 정확히 붙여주는 게 가장 좋다.

'그런데'의 뜻을 가진 '헌데'도 말할 땐 괜찮지만 표기로는 '한데'로 정확히 해야 한다.

◇ 유정명사와 무정명사

이거 학교 다닐 때 배웠었다. 유정(有情)명사와 무정(無情)명사를 구별해야 하는 문제다. 사람/생명체면 '-에게', 아니면 '-에'다.

따라서 사람에게 어떤 직함이 붙어 있으면 그가 근본적으로 사람이기 때문에 '~에게'만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 끌려갈 필요는 없다'라는 말의 경우 '중국에게'를 쓰는 오류가 잦다. 사물을 의인화할 때는 '에' 대신에 '에게'를 쓸 수 있다.

'목련에게 키스하고 싶다' 등이 그 예다.

강성곤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전 KBS 아나운서. ▲ 정부언론공동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전 건국대·숙명여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 현 가천대 특임교수.

*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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