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증시로 유입되는 대기자금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투자자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 잔고,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일제히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증시 전반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92조85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90조 원을 넘어선 수치다. 이후 9일에는 88조8720억 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자금으로, 증시 유입을 앞둔 대기자금 성격의 지표로 활용된다.
지수 상승세가 자금 유입을 자극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4624포인트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 종가를 다시 썼다. 연이은 최고치 경신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증시 진입 대기 자금도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빚투’ 규모 역시 확대됐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9일 기준 28조3497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신용잔고가 17조9411억 원, 코스닥이 10조4086억 원이다.
최근 지수 상승을 주도한 삼성전자로 신용자금이 집중된 점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1조9769억 원으로, 한 달 사이 5199억 원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 참여 저변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9859만9009개로, 1억 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 1명당 평균 2개꼴로 주식 계좌를 보유한 셈이다. 활동계좌는 예탁자산 10만 원 이상이면서 최근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가 이뤄진 계좌를 의미한다.
활동계좌 수는 2007년 6월 금융투자협회가 집계를 시작할 당시 848만8963개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7월 1000만 개를 넘어섰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동학개미 운동’이 확산되며 증가세가 가팔라졌고, 2021년 4월 5000만 개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2021년 10월 6000만 개, 2022년 6월 7000만 개, 2024년 2월 8000만 개, 2025년 5월 9000만 개를 차례로 넘기며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대출 금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32%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자금이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식 시장의 기대수익률이 금리 부담을 상회한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늘면서,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인애 기자 l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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