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 개발 현장 가보니
15개 관절로 ‘사람 손’처럼 정밀한 동작
“핵심 부품 자체 개발, 원가 절감 등 강점”
15개 관절로 ‘사람 손’처럼 정밀한 동작
“핵심 부품 자체 개발, 원가 절감 등 강점”
지난달 16일 충남 천안시 한국과학기술교육대 연구실에서 로봇 개발 스타트업 위로보틱스가 자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가 사람과 악수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centing@kyunghyang.com |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경쟁과 협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한국은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마저 돈다. 치열한 기술 경쟁의 파고 속에서 국내 기술기업과 과학기술인들의 기술 진보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악수하자며 손을 내밀자 마주서 있던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ALLEX)가 손가락 다섯 개를 살며시 오므렸다 편다. 알렉스에게서 내 쪽으로 큰 힘이 전달되지도 않고, 그 손이 무겁지도 않다. 가볍게 움직이지만 이 손과 연결된 한 쪽 팔로 30kg까지 들어올린다. 다음은 알렉스의 특기. 알렉스가 엄지와 검지로 핀셋을 쥐고 그 핀셋으로 콩알처럼 작은 물체를 집어서 옮겼다.
지난달 16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내 로봇 스타트업 ‘위로보틱스’ 협력 연구실. 지난해 8월 대중에 공개한 상반신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에 관한 추가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곳이다. 알렉스로 발전하기까지의 여러 개의 로봇 팔과 로봇 손이 연구실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김용재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겸 위로보틱스 공동대표는 “알렉스는 위로보틱스에 모인 로봇 엔지니어들이 ‘로봇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을 20년 넘게 연구해온 결과물”이라고 했다.
로봇 개발 스타트업 위로보틱스가 자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가 핀셋을 이용해 작은 물건을 잡는 시연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들이 2021년 창업한 위로보틱스는 2024년 웨어러블 로봇 ‘윔’을 먼저 선보였다. 윔은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착용했을 때 보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감시켜준다. 보통 웨어러블 로봇이 2개의 모터를 쓰던 것을 1개로 줄여 착용감과 실용성을 높인 게 윔의 혁신적인 부분이다. 의료기기는 아니지만 윔을 착용하면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위로보틱스는 윔의 기능을 개선한 윔S, 윔키즈 등을 선보였고, 2026년까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3회 연속 혁신상을 받았다. “눈이 불편한 사람의 안경처럼, 휴대가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에 소비자들도 호응했다. 윔은 2024년 400대, 2025년 1100대가량 판매됐다.
“사람을 돕는 로봇 기술”을 지향하는 위로보틱스의 다음 도전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모든 경험(ALL-EXperience)’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이름에 담은 알렉스는 손에 15개 관절(자유도)이 있어 사람(23자유도)처럼 정밀한 동작이 가능한 로봇이다. ‘로봇의 손’이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는지도 기술력을 보여주지만 알렉스의 돋보적인 기술적 진보는 ‘역구동성’(Back-drivability)에 있다. 위로보틱스는 알렉스의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 팔, 목, 허리 등의 부위마다 역구동성을 구현한 점이 차별점이라고 했다.
역구동성이란 로봇에 외력이 가해졌을 때 로봇이 힘의 방향과 반대로 부드럽게 반응하는 특성을 가리킨다. 중립(N) 제어 상태인 자동차를 사람이 밀었을 때 부드럽게 밀리는 것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광규 위로보틱스 연구소장은 “로봇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기존의 감속기는 상대적으로 무겁고 마찰이 크기 때문에 버티는 힘이 클 수밖에 없다. 센서를 통해 얼마나 밀려야 하는지 계산하는 알고리즘이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드러운 척’하는 수준에 머문다”며 “알렉스는 시스템 자체가 외력을 충분히 흡수하고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개발 스타트업 위로보틱스의 김용재 공동대표(오른쪽)와 이광규 연구소장이 지난달 16일 충남 천안시 한국과학기술교육대 연구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알렉스가 팔짱을 끼고 있거나 핀셋을 잡아서 작은 물체를 집어올리는 동작을 선보였을 때 업계에선 “CG(컴퓨터 그래픽)가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로봇은 물리적인 충돌이 있으면 파손될 수 있어서 팔짱 같이 로봇이 외부환경이나 로봇 스스로에게 접촉하는 동작은 쉽지 않다”고 했다. 위로보틱스는 역구동성을 구현할 수 있는 액추에이터(구동기), 감속기 등을 자체 개발했다. 알렉스 공개 이후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 구글 딥마인드, 메타 등 여러 연구기관과 기업에서 관심을 보였다.
위로보틱스는 올해 알렉스의 하반신, 즉 이동이 가능한 하부 구조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곧 사람의 일을 대체할까. 김 교수는 “그렇게 가기까지 중간 단계 어딘가,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에서든지 병원의 수술실에서든지 사람을 보조하는 것부터 알렉스가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위로보틱스는 알렉스의 ‘손’만 따로 상용화하는 방안, 두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 기술 탑재안, 양산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 이 소장은 “위로보틱스의 강점은 대부분의 핵심 부품들을 자체 개발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성능 개선을 직접할 수 있고 원가 절감 노력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ES 2026’에서 AI와 로보틱스(로봇공학)의 발전된 기술들이 눈길을 끌어모았다. 택배 분류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가수의 콘서트에서 백댄서로 공연하는 로봇, 식사 준비와 빨래 정리를 하는 로봇 등 국내외 기술 기업들의 로봇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CES 2026’에서 알렉스를 선보인 위로보틱스도 로봇 기술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이 소장은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에 빨리빨리 뭔가 만들어서 해볼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이 좋다”면서 “미국은 투자 규모 자체가 굉장히 크고 중국은 관에서 도전적으로 큰 규모로 지원을 해주는데,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도 재정적 리소스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간 한국의 로봇 개발 연구결과도, 인력들도 좋았다”며 “(미국과 중국 등의 로봇 기술 발전을 보면) 조금만 더 늦으면 안 되겠단 생각도 든다. 여기서 더 나아가려면 사람을 더 많이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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