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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장남 기사 수정 사건이 던지는 질문들 [시민편집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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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장남 기사 수정 사건이 던지는 질문들 [시민편집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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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자동차 본사 건물.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자동차 본사 건물.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수민 |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안타까운 만큼 궁금하다. 2021년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장남 음주운전 기사가 지난해 주요 언론에서 삭제되거나, 제목이 바뀐 사건 말이다. 미디어오늘 등이 취합한 보도를 보면 에스비에스(SBS)와 문화방송(MBC), 와이티엔(YTN), 세계일보와 뉴시스 등이 기사를 삭제했고, 한겨레와 연합뉴스,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은 본문이나 제목을 수정했다. 한겨레에서는 뉴스룸 국장 등 간부들이 보직사퇴를 했고, 타사에서도 노조 등이 앞장선 진상조사와 책임자 규명이 한창이다. 하지만 관련 기사를 읽은 뒤에도 질문이 여럿 남는다.



첫째, 현대자동차그룹은 왜 굳이 4년 전의 사건을 지난해 9월 전방위적으로 지우려 했을까.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당시 정 회장의 장남이 일본 법인에 입사해 경영 수업의 첫발을 떼었다는 기사가 났고 장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11일 연합뉴스티브이(TV) 기사에 삼성 이재용 회장의 장남 이지호씨의 해군 입대와 현대차 정의선 회장의 장남 정창철씨의 일본 근무가 ‘…재계 3·4세 행보 주목’이라는 제목 아래 나란히 실렸다. 미국 국적을 포기한 이지호씨가 제복을 입은 사진이 언론에 연일 도배되며 국민들이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호적으로 바뀌는 상황이 부러운 현대차가 후계자 이미지 개선을 위해 ‘오버’한 건 아니었을까. 아버지 대부터 ‘누가 더 유능한가’를 의식하며 경쟁해온 그들이니까.



둘째, 조선·중앙일보 쪽의 행보는 왜 언급되지 않는가. 1월12일 현재 조선닷컴 누리집엔 제목만 있고 본문은 보이지 않는 등의 사례가 나오고, 중앙 쪽은 관련 기사가 검색되지 않는다. 그 이유로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이들은 2021년 사건 발생 당시에 관련 기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을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이들 역시 온라인 기사를 삭제했는데, 각 사 노조나 기자협회 등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매체에서 일하는 기자는 “기업의 기사 삭제 요청이 공론화되는 언론사의 풍토 자체가 부럽다”며, 광고주의 요청에 쉽게 굴복하는 여러 언론사의 분위기를 전했다.



셋째, 왜 한겨레에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까. 국민주 신문인 한겨레는 타사에 견줘 편집권 독립의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고, 재벌 권력에 대한 비판적 논지를 견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고가 잊을 만하면 불거져 나왔다. 2010년 디지털미디어본부장은 현대차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몽구 당시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손해배상 소송액 관련 기사를 포털에 송고하지 않았고, 2017년 사장은 엘지(LG) 관련 한겨레21 표지 기사 수정을 지시하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삼성과 현대차, 엘지 등 주요 기업 중 한곳이라도 광고가 줄면 경영이 어려운 한국 언론의 구조적 한계는 인정한다. 그러나 한겨레 편집과 경영을 분리하는 울타리에 구멍이 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상황에서, 기사 삭제·수정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편집권 독립과 관련해 강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세명대 정연우 명예교수(광고홍보학과)는 지난 5일치 경향신문 칼럼에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삭제된 신문법의 편집권 간섭 관련 벌칙을 다시 살려내,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자본권력으로부터 언론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기사 수정·삭제 문제가 불거진 여러 언론사 중 한겨레와 한국일보, 에스비에스, 문화방송 등을 제외한 다수가 아직 사과조차 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자본의 과도한 압박에서 언론을 지켜낼 제도적 보완 역시 필요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통상 언론의 핵심 기능으로 정보 전달이나 권력 감시, 민주사회의 여론 형성 기능 등을 생각하지만, 언론의 기록 기능 역시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백년 뒤 우리의 후손이 2026년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찾을 1차 자료는 신문과 방송 보도일 것이다. 조선시대를 공부하는 이들이 조선왕조실록을 신뢰하는 이유는 사관들이 그만큼 사명감을 갖고 기록에 임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왕이 말에서 떨어진 뒤 좌우를 살피며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태종실록 7권) 같은 구절이 꼽힌다. 이 글을 작성한 사관 민인생(1373~?)은 태종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기록하다 왕에게 밉보여 유배를 당한 ‘기자정신 넘치는’ 인물이었다. 그는 역정 내는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관의 위에 하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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