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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뒹구는 테헤란… 트럼프 “강력한 선택지 검토 중”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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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뒹구는 테헤란… 트럼프 “강력한 선택지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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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反정부 시위] 시위대 “시신 4000구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이란을 향해 군사적 타격을 포함한 “강력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란 지도부가 먼저 협상을 타진해왔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극도의 경제난과 정치 부패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발한 이란에선,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란 수뇌부는 “교만한 트럼프는 곧 몰락할 것” “전쟁 준비도 돼 있다” 등의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백악관은 13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안보 수뇌부를 소집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이란 핵심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추가 경제 제재, 반정부 여론 확산 지원뿐 아니라 실제 군사 타격 옵션까지 폭넓게 보고될 예정이다. 트럼프는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몇몇 강력한 선택지(strong options)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 플로리다에서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 플로리다에서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란 지도자들이 어제 전화해 협상을 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그들은 미국에 계속 두들겨 맞는 데 지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회담이 성사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행동(군사 조치)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이란에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를 투입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이란 시위 초반부터 ‘군사 개입’ 방침을 밝혔지만, 이란은 트럼프의 미국이 자국을 공격한다면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정당한 목표물’로 간주하고 보복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동의 ‘미사일 대국’인 이란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벌인 ‘12일 전쟁’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섞어 이스라엘에 공격을 퍼붓고, 방공망 ‘아이언돔’을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군사 행동을 위해서는 타격 자산뿐 아니라 역내 미군을 보호할 방어 자산 배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미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이 지중해를 떠나 중남미로 이동해 현재 중동 지역에는 미군의 항공모함도 부재한 상황이다.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 등은 “미국의 직접 군사 공격은 이란을 결집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2일 트럼프를 부서진 고대 이집트 석관으로 표현한 삽화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세상의 독재자들과 교만한 자들은 그 교만이 극에 달했을 때 몰락했다. 트럼프 또한 몰락할 것”이라고 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시위가 폭력적 유혈 사태로 변질된 것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구실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지만 대화도 준비됐다”고 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12일 기준 이란 시위 사망자가 544명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들어온 사망 신고도 579건에 이른다. 2000명 이상 숨졌다는 일부 보도가 현실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이란인은 프랑스 르몽드에 보낸 음성 메시지에서 “4000~5000명 정도 시신이 닭고기 자루처럼 쌓여 있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라고 했다. 저격수가 시위대 얼굴 등에 조준 사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현장의 참상을 담은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가족의 시신을 확인한 이들은 “살인자들!” “저주받을 것이다!”라고 절규한다. 유족들은 신원 확인을 위해 수백 구 시신을 확인하고, 무장 병력 감시를 받으며 억지로 공동묘지에 매장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란 의료 체계는 마비 상태로, 동물 병원까지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다. 혈액과 진통제가 바닥난 상태지만 이란 당국은 ‘사람들이 모이면 시위가 또 발생한다’는 이유로 공개 헌혈 요청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란 정부는 11일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의 행진’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관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란 당국은 이번 시위 진압을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에 맞선 민족의 전투”로 정의한 뒤, 진압 도중 사망한 보안군 등 ‘순교자’를 기리겠다고 했다. 이란 당국은 시위 희생자들이 진압군이 아니라 무장 테러리스트에게 죽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한편, 이란 군주제의 ‘마지막 왕세자’로 미국에 살고 있는 레자 팔레비는 “정권 선전과 통신 차단에 책임이 있는 모든 기관과 기구가 정당한 공격 대상”이라며 “이란의 자유가 가까워지고 있다. 국제적 지원이 곧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란 정권 규탄 집회가 확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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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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