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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 비용 99만원”, 청년 진입 장벽 허무는 신선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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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 비용 99만원”, 청년 진입 장벽 허무는 신선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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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신당에서는 누구나 99만원이면 출마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공천 절차는 100% 온라인화하겠다는 공언도 덧붙였다. 지금까지 선거 출마는 평범한 시민에게는 너무 먼일이었다. “결국 돈 있고, 시간 있고, 줄 있는 사람만 정치판에 남는다”는 이 대표 진단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약속은 여의도의 낡은 관행을 깨는 신선한 정치실험으로 평가할 만하다.

지방선거 출마에는 국가에 내는 기탁금 외에도 큰 비용이 소요된다. 기초의원은 3000만원, 광역의원은 5000만원 이상 써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내 경선 때 내야 하는 서류, 면접 심사비 등과 경선 통과 뒤에 드는 공보물 제작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은 이러한 후보 등록비를 통해 지방선거가 끝나면 10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심사비를 포함한 당 기탁금을 전액 무료로 하고, 법적 공보물은 최소 비용으로 제작하겠다고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공천헌금 사태가 논란이 되는 시점이어서 이 선거 실험은 더욱 눈길을 끈다. 그간 공천권은 중앙당과 지역위원장의 막강한 권한이었다. 후보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수백만 원의 심사비를 내고도 줄서기에 급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공천헌금이라는 불법자금이 오가는 구태가 반복됐다. 김병기, 강선우 의원을 둘러싼 공천헌금 논란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현실은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과 신진 정치인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벽이 되었다. 개혁신당이 심사비를 없애겠다고 나선 것은, 정치적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겠다는 참신한 시도다. 이 대표의 관련 영상에 쏟아지는 청년층의 뜨거운 호응은 변화에 대한 갈망을 대변한다.

일각에서는 자격 미달 후보의 난립이나 정당의 검증 기능 약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싼 정치’가 반드시 ‘좋은 정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난 수많은 선거가 증명해 왔다. 오히려 정치 진입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인재가 경쟁에 참여하는 게 민주주의 본질에 가깝다. 이 대표의 정치실험은 단순한 홍보 전략을 넘어 한국 정치의 고질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깨는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비용절감과 공천 혁신은 개혁신당이 시작했지만, 승자독식 선거제에 기대 한국 정치의 기득권이 된 거대 양당도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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