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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몸집 불리는 공공기관, 기능 조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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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몸집 불리는 공공기관, 기능 조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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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공공기관은 하청업체다. 공무원이 만들 자료 작성과 사업을 하청 주고 대금으로 정부 예산을 준다. 정부는 예산이 없는 사업을 공공기관 부채로 수행하기도 한다. 게다가 공공기관은 공무원의 퇴임 후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무원은 법을 만들 때마다 공공기관 신설을 시도한다. 2007년 298개였던 공공기관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286개로 12개 줄었으나 2025년 331개로 다시 늘었다. 그나마 2023년 공공기관 지정 기준을 대폭 높여 20개 기관이 빠진 결과이다.

공공기관은 계속 사업을 확장하며 몸집을 키우려 한다. 그래야 자리가 늘어 승진도 빨라진다. 당연히 공공기관 종사자 숫자도 계속 늘어, 2007년 25만명에서 2025년 43만명으로 18년 만에 73% 증가했다. 공공기관의 부채도 계속 늘고 있다. 정부는 큰 35개 공공기관을 집중 관리하는데 이들의 부채 규모만 해도 2025년 720조원에 달한다. 이는 2025년의 정부부채(D1) 1277조원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부채는 결국 지금의 젊은 세대가 미래에 부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공공기관 기능 확대의 부정적 결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공공기관 간 중복 내지 유사 기능이 많이 생긴다. 기관 간 협업은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공공기관이 자체 재원 확보를 위해 수익사업을 추구하여 민간시장을 잠식한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공공기관이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잠식하면 경제의 생산성이 저하된다. 공공기관은 망하지 않아 적자생존 원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기능 적정성을 점검하여 기관 혹은 기능을 통합하고 재조정하는 ‘기능 조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는 필요성이 낮아진 기능에서 높아진 기능으로 인력과 예산을 옮기는 작업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공공기관은 물론 주무부처도 이러한 기능 조정을 수행할 유인이 없다. 그래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제3자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기능 조정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재경부는 공공기관과 주무부처가 기능 조정을 수행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매년 경영평가에서 공공기관의 기능을 평가해야 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할 일을 잘하는지만 평가할 뿐, 안 해야 할 일을 하는지는 평가하지 않는다. 비계량 경영평가로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 조정을 상시화해야 한다.

나아가 재경부는 주무부처가 산하 공공기관의 기능 조정안을 만들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제출토록 요구해야 한다.


주무부처가 만든 안의 공운위 상정이 재경부에 의한 1차 관문, 공운위 통과가 2차 관문이 되는 깐깐한 2중 문지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각 부처와 벌일 논리 싸움이 기능 조정의 핵심이다. 특히 대통령이 기능 조정에 미온적인 주무부처를 질책해주었으면 한다. 주무부처에 대한 인사조치 등까지 포함하면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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