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기술 미국 자회사인 모셔널의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주행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시계는 경쟁사 대비 다소 느리게 흘러가는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테슬라가 수백만대의 차량을 통해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중국 기업들이 규제 없는 환경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영에 속도를 내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지난달 초 그룹 내 자율주행과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전략을 총괄하는 AVP(첨단플랫폼)본부장이 물러나면서 위기의식은 더 고조됐다.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 2026'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 모셔널이 공개한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이같은 우려를 다소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셔널이 공개한 기술 로드맵은 자율주행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절박함과 안전이라는 타협 불가능한 가치를 동시에 담고 있다. 경쟁업체 대비 조금 늦더라도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기술력을 입증해내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모셔널의 기자간담회 이후 조수석에서 지켜본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노련한 운전자에 가까웠다. 약 40분간 도심 내 주요 거점을 도는 왕복 14km 구간에서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로보택시의 순발력이 돋보였다. 실제로 우회전을 하려고 핸들을 꺾는 순간 자전거 1대가 우측 차선 가장자리에 붙어 역주행하면서 무섭게 달려들었는데 당황해 멈추거나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전거와의 거리를 정교하게 유지하며 부드럽게 우회전했다.
비상등 없이 정차 중인 트럭을 마주했을 때는 2초도 안 돼 뒤차 유무를 살피고 옆 차선으로 민첩하게 끼어들었다. 차선 보조선이 없는 구간에서도 정확한 곡선을 그리며 진입했다. 호텔과 쇼핑몰이 밀집해 행인이 많은 곳에서나 노상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보행자가 튀어나오는 경우에도 로보택시는 미리 인지해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이같은 안정적인 주행은 차량 외부 곳곳에 장착된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 총 29개의 센서가 360도 주변 환경을 촘촘히 읽어낸 덕택이다. 모셔널은 안전 중복성 확보를 위해 카메라는 물론 라이다와 레이더를 결합한 멀티 모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카메라만 사용하는 테슬라 방식과 달리 센서간 상호 보완을 통해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오작동을 방지하겠다는 의지에서다.
향후 기술 도약 과정에서도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셔널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운전 원리를 습득하는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기술 로드맵을 개편한다. 인지와 판단, 제어 등 각 기능을 개별 모델로 연결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AI(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 학습하는 거대주행모델(LDM)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E2E 방식을 쓰는 대표 주자로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이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완전 E2E 대신 핵심 알고리즘에 룰베이스(사전에 정해진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주행하는 자율주행 방식)를 유지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했다. AI가 내리는 주행 판단이 예외 상황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안전 가드레일'을 설치한 셈이다. 이는 레벨 4 수준의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장치로 돌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확률을 0%에 가깝게 통제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그룹사간 시너지도 강화한다. 김흥수 현대차·기아 GSO(글로벌 전략조직) 본부장(부사장)은 "모셔널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현대차그룹의 세계적인 제조 경쟁력을 결합해 비용 효율적인 완전 무인 자율주행을 달성할 것"이라며 "그룹 내 AVP본부와 포티투닷(자율주행 자회사)과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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