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가상자산 가이드라인·표준 내규안 윤곽
자기자본 5% 매매 제한, 제3자에 보관·관리
‘권고 성격’ 법적 처벌 어렵지만, 사실상 강제성
법인 투자 늦어도 연내 열릴듯, 현물 ETF도 추진
자기자본 5% 매매 제한, 제3자에 보관·관리
‘권고 성격’ 법적 처벌 어렵지만, 사실상 강제성
법인 투자 늦어도 연내 열릴듯, 현물 ETF도 추진
서울 여의도 전경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유동현·경예은 기자] 개인투자자 중심이던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상장법인이 진입한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사실상 기관 상품으로 간주 되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 추진되면서다. 법인은 자기자본의 5%까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에 투자가 가능하고 이를 제3의 기관에 수탁하는 매매·보관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업권법) 제정 이후에는 현물 ETF 법제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당국, 표준 내규 검토中 커스터디 사실상 의무화…자기자본 5%까지 매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법인이 가상자산 거래 후 제3의 보관‧관리 기관(커스터디)에 수탁하는 방안을 담은 ‘표준 내규안’를 검토하고 있다. 법인이 가상자산 매매 후 이를 분리 보관해야 지갑 해킹, 횡령 등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표준 내규는 강제성을 띈 법률이 아니지만 당국이 제시하는 시장 원칙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에서는 표준 내규에 담길 제3의 보관·관리 수탁을 두고 ‘사실상 의무화’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당국은 법인의 연간 투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5%로 제한하는 법인 가상자산 매매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일반 법인에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지만, 당국은 시장 초기 과열을 경계하기 위해 5%라는 상한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이드라인은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지켜야 할 의무는 없는데다, 추후 시장에서 희석될 수 있는 기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무리해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식으로 과열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설정해둔 수치라고 보여진다”며 “투자를 제한하는 법은 자본시장에서 ‘난센스’고 초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해석했다.
5% 자기자본 제한과 커스터디 의무화를 어길 경우 법적 제제로 이어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가이드라인 및 내규로 시행되는 ‘권고’ 성격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기자본의 5%를 넘기거나 제3 기관에 보관·관리를 하지 않은 법인에 해킹 등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 디지털자산업계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가령 보안 전문회사가 자체적으로 관리를 잘 할 자신이 있으면 자체 보관하고 당국에 증명하면 된다”며 “다만 일반 기업들이 보관하려면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제3자에 맡기는 형태로 갈 걸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법인 투자는 늦어도 연내 허용될 것이란 관측이다. 당국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법인 매매 가이드라인과 내규를 마련하면, 현재 상장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금융투자상품 잔고 100억원 이상) 약 3500개사가 시장의 잠재적 참여자가 된다. 이들은 법인 계좌를 열고 가상자산을 투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스트래티지 등 가상자산을 전략적으로 보유하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법인 매매가 제한돼 해외 가상자산 관련 기업인 코인베이스, 서클, 스트래티지 등을 담는 간접적인 방식 택하고 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약 법인 5% 제한으로 가면 참여하는 법인의 성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이 아래서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PBS)’가 나올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법인 중에서도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법인이 들어오게끔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고 짚었다.
법인 계좌 열리면 현물 ETF 도입도 진행…선물시장·지수개발 등 과제는 산적
법인 매매 가이드라인·내규가 만들어지면 현물 ETF 도입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법인 매매 기준은 ETF 도입 전에 갖춰야 할 선결 조건에 해당한다. 당국은 지난 9일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디지털자산 부분에 현물 ETF 도입 추진을 적시했다. 현물 ETF는 투자자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현물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우회 투자하는 상품이다. 직접 투자 대비 안정성이 강화된 만큼 사실상 기관용 상품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2024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상자산 현물 ETF를 통해 막대한 기관 자금을 유입시켰다.
다만 현물 ETF 도입에 앞서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당국이 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업권법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법제화 시점을 오는 3월 안으로 제시한 만큼, 관련법 마련 이후 현물 ETF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에서는 현물 ETF 허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디지털자산의 시장 및 산업화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디지털자산을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으로 간주해, 현물 ETF를 통한 가상자산 간접투자를 허용토록 한다. 디지털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기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상품 출시 물꼬를 터줬다. 이용자들이 디지털자산 기반 파생상품을 통해 가격 변동 위험을 헷지(Hedge·위험 분산)할 수 있도록 장내 파생상품 거래도 허용한다.
지수개발과 파생상품 허용도 현물 ETF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꼽힌다. ETF 기반이 되는 지수 구성이 필요하고 여기에 시장 참여자들이 헷지 가능한 선물시장 도입 없이는 시장 활성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ETF의 가격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증권사가 위험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파생 거래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 자체는 어려운 상품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안정성에 대한 준비, 파생상품 시장 조성 등 선결 조건이 해결돼야 ETF가 나와도 별 탈 없이 운영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