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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전명 ‘몽구스’에서 작전명 ‘확고한 결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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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전명 ‘몽구스’에서 작전명 ‘확고한 결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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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세계 무대에서 당신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가? 당신이 뭔가 하려고 할 때 당신을 멈출 수 있는 게 있나?"
트럼프: "딱 하나 있다. 나의 도덕성, 내 마음이다. 그것이 유일하게 나를 멈출 수 있다."
기자: "국제법은 아닌가?"
트럼프: "나는 국제법이 필요없다.

지난 1월 7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나눈 문답 중 일부다. CIA와 특수부대 델타포스, 그리고 항공기 150여 대를 동원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마두로 대통령을 미국으로 끌고온 뒤 4일 지난 시점에 백악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발언이 미국 패권을 굳히기 위해 군사적·경제적·정치적으로 어떤 수단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세계관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 침공 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뉴욕타임스 1면 기사. (2026.1.8.)


야음을 틈탄 기습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경호원을 몰살하고 외국 정상 부부를 납치한 ‘전과’에 고무돼서인지 스스로를 신의 영역으로 올리는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불법 침공에 못지 않게 충격적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태를 트럼프라는 인물의 특수성에서 풀이하는 견해가 더 힘을 얻는다.


하지만 미국의 중남미 개입 역사, 다른 말로 미제국주의의 중남미 침략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는 미국의 행동 반경 범위 밖으로 갑자기 튀어나간 ‘아웃라이어’가 아니다. 이번 베네수엘라 불법 침략도 트럼프라는 변수가 작동해서 발생한 어떤 ‘일탈’적 사건이라고 보긴 힘들다. 오히려 미국의 일관된 패권주의적 대외 정책과 불법적 군사 개입 양태가 트럼프를 매개로 좀 더 극적으로 표출된 현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어떤 측면에선 미 군부 내 매파와 정보 당국 내 깊숙한 그룹, 그리고 극우 정파가 트럼프의 특성과 상황(그의 지적 수준과 약탈적 사업가 기질, 각종 결함-엡스타인 파일 등, 지지율)을 적극 활용해 그들의 이념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중남미 개입 역사를 살피면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은 결코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시모어 허시의 CIA 비밀공작 폭로
1974년 12월 22일 뉴욕타임스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반전단체 활동가와 언론인 등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CIA 내 특수조직이 최소 10,000명 이상의 미국 시민을 도청, 미행해 개인 파일을 작성 관리한 불법 공작 전모가 최초로 드러났다. CIA의 국내 정보활동은 자체 헌장뿐만 아니라 법률과 헌법 위반이다.


미 중앙정보국 CIA의 불법 국내 사찰을 폭로한 뉴욕타임스 1면 기사. 미군의 베트남 미라이 학살을 폭로해 퓰리처상을 받았던 시모어 허시 기자가 보도했다. (1974.12.22.)


5년 전 미군의 베트남 미라이 학살을 파헤쳐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시모어 허시가 쓴 이 기사는 미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보도가 나간 뒤 국내 사찰을 지휘한 방첩부서 책임자 제임스 앵글턴 등 CIA 간부와 관련 요원 4명이 해임되거나 사임했다. 해당 조직은 대폭 축소됐다. 미 의회 차원의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도 들끓었다.

1975년 1월 27일 미국 상원은 프랭크 처치 의원을 위원장으로 CIA 등 미국 정보기관의 불법 행위를 전면 조사하는 특별조사위원회(일명 처치위원회)를 출범한다. 처치위원회는 약 1년간의 조사 활동 끝에 총 6권에 2,700여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 제 1권 ‘해외 및 군사 정보’ 파트는 50년 뒤 발생한 미 트럼프 정권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납치 작전을 제대로 보는 통찰을 제공한다.


작전명 몽구스(Operation Mongoose)
처치위원회 보고서 1권에는 미국 정보기관과 군이 1950년 대 초부터 1975년까지 20여 년 간 해외 각지에서 벌인 좌파 정권 전복과 친미 정권 수립 공작, 반미 지도자 암살 작전 등이 총망라돼 있다.

먼저 1953년 CIA와 영국 비밀정보국(MI6)이 수행한 이란의 모하마드 모사데그 민족주의 정부 전복 작전이다. 모사데그 총리가 이란 석유자원을 국유화하자 양국 정보기관은 군부 쿠데타를 배후 조종해 이란 팔레비 왕정을 복귀시키고 석유 이권을 다시 빼앗았다. 이는 1979년 이슬람혁명의 먼 원인이다. ‘작전명 아작스’(Operation TPAJAX)로 붙여진 이란 모사데그 정부 전복 공작은 서방 정보기관이 타깃 국가 내 심리전과 반대 세력 매수, 폭동 유도, 군부 쿠데타를 결합한 냉전기 대표적 민족주의 또는 반미 정권 교체 사례다. 이 작전 모델은 그 뒤 수십년간 미국의 해외 정권 전복 공작의 전형이 됐다.

1954년에는 과테말라의 아르벤스 정부가 CIA 목표물이 됐다. 처치위원회는 그간 언론이나 학계에서 간헐적으로 다뤄진 CIA의 아르벤스 정부 전복 기획설을 내부 문서를 통해 역사적 사실로 확정했다. 미국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아르벤스 대통령이 토지개혁 등을 단행하자 심리전, 경제 봉쇄, 반 아르벤스 정치세력 및 군부 지원 등을 통해 아르벤스를 쫓아내고 카스티요 아르마스 친미 정권을 수립했다. 이후 과테말라는 40여 년간 친미 군부독재 정권의 반정부 인사 학살과 내전 등으로 수십만 명의 국민이 희생되는 피의 참극이 지속됐다.

5년 뒤인 1959년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등이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했다. CIA는 쿠바 정권 전복과 카스트로 암살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1961년 쿠바 망명자 그룹을 훈련시켜 쿠바로 진격한 이른바 피그스만(Bay of Pigs) 상륙 작전이 실패하자 몽구스 작전(Operation Mongoose)을 실행했다. CIA 내부뿐만 아니라 케네디 대통령까지 승인한 몽구스 작전은 당시 미 정보기관과 군부, 백악관 NSC까지 결합한 냉전기 최대의 외국 정부 전복 및 암살 공작이었다.

처치위원회가 ‘패밀리 쥬얼스’(The Family Jewels)라는 이름의 700쪽 짜리 CIA 내부 문서 등 여러 기록과 증언을 통해 밝혀낸 몽구스 작전의 카스트로 암살 계획은 상상을 초월한다. CIA는 시카고 마피아 두목 사무엘 지안카나와 마피아 조직원 존 로셀리 등을 통해 독약을 넣은 음식으로 카스트로를 독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독살용 펜이나 보툴리눔 독소를 주입한 시가로 암살을 시도하려고 했다는 것도 CIA 내부 문건으로 확인된다. 이밖에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한 카스트로에게 치명적 세균을 바른 잠수복을 준비하거나, 바다 밑에 폭발장치가 달린 조개껍질을 설치해 폭사시키는 방안도 강구됐다. 쿠바 내 지하조직원에게 저격용 총을 전달하려 했다는 건 애교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의 카스트로 제거 작전은 실패했고,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 등으로 중단됐다.


필자는 지난 2003년 시모어 허시가 뉴요커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그의 워싱턴 사무실을 방문해 미라이 학살 보도, CIA 불법 공작 폭로 보도, 패밀리 쥬얼스 문건 및 처치위원회 활동 보도 등에 대해 인터뷰한 바 있다.


처치위원회, 정보 기관 통제의 틀을 마련하다
미국이 1970년대 초 칠레를 대상으로 벌인 아옌데 정권 전복 공작은 남미에서 처음 민주적으로 선출된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미군부독재 정권을 만드는 데 성공한 케이스다. 미 상원 처치위원회는 칠레에서도 CIA가 집요하게 반 아옌데 선전선동과 여론 조작, 경제 봉쇄, 반정부 파업 유도, 군부와의 교감 등을 통해 군부 쿠데타 환경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1973년 피노체트가 전투기와 탱크 등을 동원한 군부 쿠데타로 아옌데 정권은 참혹하게 붕괴됐다. 피노체트 독재 17년간 칠레에서는 3,000명 넘는 사람이 살해되거나 실종됐고, 수만 명이 고문 피해를 당하는 암흑 시대가 지속됐다.

처치위원회는 이 외에도 청문회 증언 등을 통해 1964년 브라질 군부쿠데타를 통한 주앙 굴라르 정권 전복(작전명: 브라더 샘) 공작 등에서 미국 CIA 등이 개입한 단초를 확인했다.

처치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CIA 등 정보기관이 해외 정부 전복, 지도자 암살, 파괴 테러 매수 공작 등 무소불위의 활동을 펼쳐왔다는 사실을 최초로 세상에 명백하게 드러냈다. 개혁 요구가 빗발쳤다.

위원회 활동 보고 이후 1976년 미 상원 정보위원회(SSCI), 1977년에는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발족해 미 정보기관에 대한 의회의 상시 감독 체계가 마련됐다. 또 1976년 당시 포드 미 대통령은 “미국 정부 공무원은 누구라도 암살을 모의하거나 실행해서는 안 된다”는 CIA의 암살 금지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또 1978년 정보기관의 사찰 활동을 규제하고 법원 영장 주의를 도입한 ‘외국정보감시법(FISA: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Act)’이 제정됐다.


처치위원회를 이끈 미 상원의원 프랭크 처치의 일대기를 다룬 책 ‘The Last Honest Man’ 표지. 저자는 미국 NSA 등의 비밀 도감청 실태를 폭로해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제임스 리슨이다.


이란-콘트라 비밀공작, 처치위원회 개혁을 무력화하다
1979년 7월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이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 입성한다. 1930년대부터 니카라과를 지배해온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리고 산디니스타 혁명정부가 들어선 순간이다. 미국 정부는 바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처치위원회 이후 들어선 각종 정보기관 규제와 해외 비밀 공작 금지 제도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을 취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의회 보고와 예산 통제 하에 있던 CIA 대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직접 나섰다.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권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반군인 콘트라를 지원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란-콘트라 사건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NSC 주도로 1985년 당시 금수 조치가 이뤄진 이란에 비밀리에 무기를 수출하고, 그 대금으로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의회 통제를 받지 않는 NSC에서 주관하고, 예산도 제3국에서 만들어 감시를 피했다.

은밀하게 진행되던 이 비밀 작전은 한 레바논 언론사가 가장 먼저 이란 무기 거래를 폭로하면서 스캔들로 비화했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검사가 임명됐고, 공작 책임자인 백악관 NSC 소속 올리버 노스 중령 등 NSC와 CIA 요원 다수가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그 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사면으로 모두 풀려났다.

의회와 시민 사회 통제, 탐사보도 강화가 답이다
2026년 벽두부터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미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부부 납치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 작전명 확고한 결의)은 미국의 대외 개입이 다시 처치위원회 이전으로 돌아왔음을 상징적으로 선언하는 사건이다. 의회 승인도 없이 주권국가를 공습하고, 외국 정상의 신병을 강압적 수단으로 확보했다.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난조차 너무 무기력해진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마약 카르텔 범죄를 소탕한다는 명분은 슬그머니 들어가고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 확보가 동기라는 것을 노골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모호하다. 알자지라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리스닝 포스트’는 최근 에피소드에서 이번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이 ‘Operation Distraction(시선가리기 작전)’일 수도 있다고 비꼬았다. 1월 3일 이후 트럼프의 급소로 평가되는 엡스타인 파일 관련 보도가 언론에서 거의 사라진 점을 들었다.

미국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거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미국 주류 언론이나 한국 언론도 기본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는 논조다. 단 한 명의 피해도 없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 미군의 작전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상찬하는 보도는 너무 많다. 전반적으로 무기력감이 맴돈다.

하지만 50여 년 전 시모어 허시 기자가 무소불위의 CIA를 상대로 불법 공작 전모를 파헤치고(그 과정에 정보기관 내부의 양심적 제보가 있었다) 미 상원이 정보 기관의 의회 통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위해 초당적 위원회(위원장 처치 의원 제외,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각각 5명으로 구성)를 꾸리고 의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 역사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의회와 언론의 올바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청되는 때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수십, 수백만 명의 목숨을 위해서도 그렇다.

* 최근 넷플릭스에 미 상원 처치위원회 구성을 촉발한 전설적인 탐사보도 기자 시모어 허시의 취재 역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커버업(Cover-Up)’이 올라왔다.


뉴스타파 김용진 muckraker@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