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진단서를 받아 들고 한참을 말없이 서 있던 사람들, 후두암 수술 뒤 목소리를 잃고 눈물만 흘리던 환자들, 그리고 그 곁에서 아무 말 없이 손을 잡고 있던 가족들.
이제 정든 일터를 떠날 시간을 앞두고 있지만, 그 장면들만큼은 쉽게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퇴임을 앞둔 한 보건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보건 정의는 과연 누구의 편이어야 합니까.
▷ 담배는 '선택'이 아니라 '중독'입니다 담배회사들은 오랫동안 같은 주장을 반복해 왔습니다.
흡연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며, 그 책임 또한 개인에게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니코틴이라는 강력한 중독 물질 앞에서 과연 완전한 자유의지가 존재하는지 우리는 정직하게 물어야 합니다.
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소세포암 환자의 약 98%가 흡연이 원인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우연이 아닙니다.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중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그 구조를 설계하고 이윤을 얻은 쪽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 역시 물어야 합니다.
▷ 국민 모두가 떠안은 4조 원의 현실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보험 진료비는 매년 4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 막대한 비용은 담배회사가 아닌, 국민이 매달 성실히 납부한 건강보험료에서 지출되고 있습니다.
담배회사는 이윤을 가져가고, 질병의 비용은 국민 전체가 나눠 부담하는 구조.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입니까.
더욱 아픈 사실은 여성 흡연 관련 의료비의 상당 부분이 본인의 선택이 아닌 간접흡연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담배의 피해는 흡연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2026년 1월 15일, 상식이 법이 되기를 오는 2026년 1월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내려집니다.
2014년 소송 제기 이후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담배회사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법원도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원인을 제공한 자가 책임을 진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이 단순한 상식이 법정에서 확인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의 보험료가 어떤 가치 위에 쓰여야 하는지, 기업의 이윤보다 생명이 앞설 수 있는지, 국가가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판단입니다.
보건 정의는 이윤의 편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공동체의 편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12년의 기다림 끝에, 오는 1월 15일이 상식과 정의가 나란히 서는 날이 되기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간절히 바라봅니다.
김성규 국민건강보험공단 보령서천지사 건강관리팀장 담배소송,담배제조사,담배,흡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