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성숙도 자체보다 네트워크·클라우드·연산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격차가 빠르게 구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는 2025년 하반기 기준 글로벌 AI 도입 현황을 분석한 ‘AI 확산 보고서: 심화되는 디지털 격차’를 12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국가별 생성형 AI 도입률, 인프라 투자 환경, 기술 확산 경로 등을 종합 분석했다. 도입률은 해당 기간 동안 생성형 AI를 한 차례 이상 사용한 근로 연령 인구 비율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전 세계 생성형 AI 채택률은 16.3%로, 상반기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사용률은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지역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글로벌 노스(Global North) 채택률은 24.7%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14.1% 대비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양 지역 간 격차는 상반기 9.8%포인트에서 하반기 10.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국가별 순위에서도 인프라 선투자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아랍에미리트(64.0%), 싱가포르(60.9%), 노르웨이(46.4%), 스페인(41.8%) 등은 디지털 인프라에 조기 투자한 국가군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반면 미국은 절대 사용량 규모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인구 대비 사용 비율 기준으로는 24위에 머물렀다. 소규모이지만 고밀도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한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채택률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은 예외적인 성장 사례로 분류됐다. 한국은 이번 조사에서 7계단 상승한 18위를 기록했으며 근로 연령 인구 기준 AI 사용률은 30%를 넘어섰다. 2024년 10월 이후 누적 성장률은 80%를 상회해 글로벌 평균(35%)과 미국(25%)을 크게 웃돌았다.
보고서는 한국 성장 요인을 정책 환경, 모델 성능 개선, 대중적 이용 확산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분석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최신 프론티어 모델들의 한국어 처리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실무 활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GPT-4o와 GPT-5 등 최신 모델은 한국 대학수학능력시험(CSAT) 벤치마크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하며 교육·전문 업무 영역에서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미지 생성 등 소비자 중심의 활용 사례가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신규 이용자 유입을 촉진했고, 이러한 경험이 일회성 사용을 넘어 지속 이용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언어 모델 성능 개선이 실제 사용률 증가로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한국을 지목했다.
한편 오픈소스 AI 플랫폼 ‘딥시크’ 확산도 글로벌 지형 변화 요인으로 제시됐다. 딥시크는 모델 가중치를 MIT 라이선스로 공개하고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신흥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중국, 러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용량이 급증했으며,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타 지역 대비 2~4배 높은 사용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이미 상용 AI 서비스 접근성이 높은 국가에서는 딥시크 도입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AI 도입 결정 요인이 모델 성능뿐 아니라 접근성·비용·가용성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오픈 모델 확산이 관리·거버넌스 측면에서 새로운 과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함께 지적했다.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는 향후 글로벌 AI 이용자 증가가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인프라 투자 격차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AI 활용 능력의 지역 간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