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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약 카르텔 공격” 선전포고에 위기감 드리운 멕시코

조선비즈 현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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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약 카르텔 공격” 선전포고에 위기감 드리운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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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베네수엘라를 기습 타격,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하면서 멕시코 내 불안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멕시코를 지속 압박해 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연합뉴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각)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내 마약 카르텔 시설을 겨냥한 지상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자 멕시코 수뇌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마약 카르텔과 관련해 육상 타격을 시작할 것”이라며 “카르텔들이 멕시코를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멕시코 당국 소식통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지상 공격 발언은 그의 화법의 일부”라며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차분한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어떤 톤과 표현으로 대응해야 할지를 두고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펜타닐을 대량 살상무기로 규정,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과 시날로아 카르텔을 비롯해 멕시코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주요 마약 조직들을 외국 테러 단체(FTO·Foreign Terrorist Organizations)로 지정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카르텔을 직접 타격해 마약 밀반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멕시코 정부가 특히 경계하는 대목은 마두로 대통령의 공소장에 멕시코가 25차례나 언급됐다는 점이다. 미 검찰은 마두로 대통령이 멕시코의 시날로아 카르텔과 결탁, 코카인을 미국으로 유통하고 범죄 수익을 다시 베네수엘라로 역송금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한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직후 외교장관에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대미(對美) 실리 외교를 표방해 온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국과 국제사회 간 외교적 균형을 유지해 왔으나,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직후 그는 유엔 헌장 가운데 ‘국가 주권에 대한 무력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조항을 X(구 트위터)에 인용해 올렸는데,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셰인바움은 좋은 사람이나 멕시코는 카르텔이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는 위험 수위를 가늠하기 위해 지난 일주일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미국 언론 보도를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 관련 언급량을 콜롬비아·그린란드·쿠바 등과 비교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공격 직후 멕시코 언급은 급증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 의지를 밝힌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정부 내부에서는 “일단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대응 수위를 둘러싸고 각료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가 원칙적으로 미국의 군사 공격과 마두로 대통령 체포에 반대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지나친 공개 비판이 외교적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각료들은 강경한 발언이 올해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재검토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정부는 일단 미국에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른바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다. 최근 국경 경비를 강화한 데 이어 마약 제조 시설을 급습, 미국이 송환을 요구해 온 마약 밀매범 약 55명을 미국에 송환하며 안보 공조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멕시코시티의 정치 분석가 헤수스 실바 에르조그는 “대통령은 대내외적으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현정민 기자(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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