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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에 휘몰아치는 ‘트럼프發 검은 폭풍’

헤럴드경제 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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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에 휘몰아치는 ‘트럼프發 검은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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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 대응 위해 OPEC 고군분투 하는 가운데
트럼프 손에 들어간 베네수엘라 석유, 증산 예상
“유가 배럴당 50달러까지 낮춘다”는 트럼프에 OPEC 난감
국제 유가 하락세 중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전 접근권 확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게티이미지]

국제 유가 하락세 중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전 접근권 확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트럼프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석유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석유 접근권을 확보한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하는 ‘석유 값 낮추기’의 여파가 어디까지 갈 지를 두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긴장하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공급을 장악, 미국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시장을 움직이려고 하면서 OPEC이 새로운 변수를 맞았다고 1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앞서 공습으로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린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석유를 우선적으로 확보해 시장에서 제 값으로 팔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미국 국민들에게도 좋은 일”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공급을 늘려 국제 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는 OPEC 창설 멤버다. OPEC은 사우디, 이라크, 이란, 베네수엘라, 쿠웨이트가 1960년 결성한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산유국 10여곳으로 회원국을 늘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종합해보면 오랫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베네수엘라의 유전을 복구해 원유 생산을 늘리고, 이를 시장에서 제 값에 판매하는 방안을 계획중인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그 동안 미국의 제재때문에 석유를 제 값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판매해왔다. 수요처도 중국 등 미국을 신경쓰지 않는 동맹 국가에 국한됐다.

세계 원유 매장량 주요 국가 순위

세계 원유 매장량 주요 국가 순위



WSJ은 트럼프의 계획이 세계 석유 지도를 재편할 것이라 내다봤다. 미국이 막대한 규모의 자체 원유에 베네수엘라의 원유까지 시장에 풀게 되면,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 시장이 더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주도권을 쥔 남미 산유국 가이아나에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석유 매장량까지 더하면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30%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국제 유가를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낮추고 자국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며, 더 나아가 국제 에너지 시장의 패권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 동안 저유가로 고심해왔던 OPEC은 이 같은 트럼프의 야심이 달가울리 없다. 수익과 시장 점유율,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까지 감안하면 원유 공급량을 어떤 수준으로 조절해야할지 고민이 커진다는 것이다.

WSJ은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선은 미국의 자세를 관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이 회복되는 데에는 최소 수년의 시간과 큰 비용이 드는 만큼 당장 특정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석유가 트럼프의 구상대로 시장에 풀리게 된다면 사우디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우디가 국영 투자 등으로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최소 배럴당 100달러 수준은 유지돼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런던정경대의 스테펜 헤르토그 교수는 WSJ에 “지속되는 저유가는 사우디에 명백히 더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현재 걸프 산유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환심을 사고자 대규모 투자 약속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이는 사우디에 불리한 대목”이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현재 90만 배럴 수준. OPEC 일부 회원국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를 300만배럴까지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기간이 투자 여건에 따라 최소 1년, 길게는 3년까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변수와 관계없이 저유가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올해 브렌트유 평균가를 배럴당 58달러로 예측했다. 내년에는 그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OPEC과 러시아 등이 포함된 ‘OPEC +’는 지난 4일 회의에서 올해 1∼3월 원유 증산을 중단하는 기존 결정을 다시 확인했다. WSJ은 미국과 브라질, 가이아나 등이 석유 생산을 늘리면서 OPEC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