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8일 THE 센터필드 W에서 열린 \'하나 THE 발행어음\' 상품 출시 기념행사 현장에서 상품가입 세레모니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증권 제공 |
작년 말부터 중대형 증권사들이 새로 출시하고 있는 수천억원대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상품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권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서서히 관찰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새로 조달하는 단기성 자금 규모가 1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저축은행부터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생산적 금융 전환과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작년 말부터 잇따라 발행업을 승인해주고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 증권사(9곳)의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발행 가능액은 약 140조원에 이른다. 이미 발행된 잔액은 75조원가량이다. 이들 상품은 연 3~4% 확정 금리로 은행 이자율보다 높고 원금도 사실상 보장된다.
증권사들이 이들 상품을 통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은행권은 기존 예수금 이탈 관리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케이비(KB)금융은 지난 10일 연 경영진 워크숍에서 “머니무브 가속화와 부의 집중 심화로 자산관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고, 하나금융도 “IMA 등 새 상품의 등장은 은행에게 우호적이지 않고, 증권사로 자금 이탈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중은행 쪽을 보면, 금리 0%대인 요구불예금 일부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전체 은행권 수신자금(2200조원) 중에 요구불 예금은 350조원가량이다. 위지원 한신평 금융1실장은 “은행들이 수신 방어를 위해 어느 정도 금리를 인상할지가 촉각”이라며 “다만 은행 정기예금 상품은 금리 외에도 예금자를 묶어둘 다양한 방어 수단(중도 해지시 불이익)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2024년부터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대출자산이 축소되고 있는 저축은행은 증권사 발행어음발 영향권에 당장 노출되고 있다. 저축은행은 그동안 상대적 고금리를 바탕으로 은행권 등과 경쟁했는데, 이제는 증권사 IMA 등과도 경쟁해야 하는 형편이다. 수신고를 방어하려면 금리를 더 인상해야 하지만 요즘 대출액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선택하기 어렵다. 특히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정부가 퇴직연금 자산운용 대상으로 허용한 상품목록)에 증권사 발행어음은 포함되는 반면 저축은행 예금은 제외돼 있어 저축은행으로선 기존 예금자를 묶어둘 수단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위지원 실장은 “저축은행은 은행에 견줘 고객 충성도가 낮은 편이라서 파킹통장 등 저축은행 대기성 자금부터 증권사 발행어음 상품으로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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