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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포기한 순간 “드실 건 있어야죠” 붕어빵 건넨 수원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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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포기한 순간 “드실 건 있어야죠” 붕어빵 건넨 수원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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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 수원시 제공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 수원시 제공


“삶이 너무 힘이 들어 모든 걸 포기하려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붕어빵 한 봉지, 따듯한 말 한마디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살아보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5일 경기 수원시청 누리집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시청 공무원의 세심한 배려로 삶의 희망을 다시 얻게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보면, 수원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55살 시민이라고 밝힌 ㄱ(여성)씨는 임대료가 수개월 동안 밀렸고, 지방세·과태료도 체납돼 통장까지 압류된 상태였다. 몇 달 전 다리 인대가 끊어진 아들(20대)은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주변을 정리하면서 체납한 지방세와 과태료를 조금이라도 내려고, 산 지 10년이 넘은 차량을 공매 신청했다. 지난달 중순 수원시 징수과 체납추적팀 신용철 주무관이 차량 공매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ㄱ씨 아파트 주차장을 찾았다. 신 주무관은 차량을 견인하는 과정에서 초췌한 ㄱ씨 모습에 사정을 묻게 됐고, 끼니를 거를 정도로 힘든 사정을 듣게 됐다. 신 주무관은 “당장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마트를 같이 가자고 했지만, ㄱ씨는 모든 것을 정리하려 했기에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



이후 30여분 뒤 신 주무관이 따뜻한 붕어빵을 한 봉지 사 들고 다시 ㄱ씨 집을 방문했다. 신 주무관은 현금인출기를 찾아봐도 주변에 없어서 붕어빵을 사왔다며 “힘내세요!”라는 말을 건네고 떠났다. 며칠 후 신 주무관이 다시 쌀과 반찬, 식재료 등을 주고 갔다. 이후에도 신 주무관 방문은 이어졌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아들과 함께 따듯한 식사를 하게 된 ㄱ씨는 신 주무관의 응원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신 주무관은 이후에도 계속 전화해 안부도 묻고, 일자리지원센터나 행정복지센터 등과 연계한 복지 지원 정보도 알려줬다. ㄱ씨는 “교통비가 없어 무작정 걸어 다니며 무료 법률상담을 받으러 다녔고, 세무서도 찾아가 조정 신청도 알아보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힘을 얻었다”고 했다. ㄱ씨는 “작고 우습고 하찮은 모습이겠지만 다시 살아보려고 한다. 남은 저에 삶에 시간과 희망 감사함을 주신 신용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잘살아서 꼭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시는 ㄱ씨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방법을 안내하고, 신청을 도왔다. 또 민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긴급위기가정지원 프로그램 신청을 안내해 ㄱ씨는 연체된 임대료와 자립비, 생필품 등을 지원받기로 했다. ㄱ씨는 일자리도 계속 찾고 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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