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경쟁 속에서 오픈소스 의미 변화를 묻는 기자에게 한 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한때 오픈소스는 자유롭게 공유하고 함께 발전시키는 이상적인 기술 문화로 여겨졌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경 없이 협력하고 개발자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생태계를 키우던 자유무역 시대의 언어였다. AI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오픈소스는 시장 주도권과 기술 영향력을 확보하는 전략 도구로 변모했다.
메타 ‘라마’ 공개가 대표적이다. 오픈AI와 구글이 이미 선점한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기술력을 빠르게 증명하고 개발자 생태계를 흡수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오픈소스였다. 개발자들이 직접 써보고 검증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가장 강력한 홍보이자 시장 진입 전략인 것이다.
중국 딥시크 ‘R1’은 더 전략적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기 하루 전 공개됐다. 이후 R1은 빠르게 확산되며 글로벌 시장 주목을 받았고, 거대한 인프라 투자보다 오픈소스 확산이 더 강한 파급력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의도된 계산이었는지를 떠나 오픈소스 공개만으로도 글로벌 시장 주목을 단숨에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텐센트 ‘훈위안’ 사례는 오픈소스가 더 이상 무조건적 개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파치 라이선스를 표방하면서도 특정 국가와 지역 사용을 제한하는 조항을 명시했다. 개방과 통제를 동시 설계한 구조다. 자유무역 환경의 오픈소스가 모두에게 열린 공공재였다면 보호무역 국면 오픈소스는 각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전략 자산이 됐다.
한국의 시선은 여전히 과거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기업은 오픈소스 생태계 확대를 이야기하지만 전략적 활용에 대한 좌표는 분명하지 않다. 소버린 AI를 표방하면서도 무엇을 개방하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 어떤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기준이 없으니 기업 역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관망할 수밖에 없다.
AI 시대 오픈소스는 선택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무엇을 열고 무엇을 축적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먼저 제시돼야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오픈소스를 다시 낭만의 언어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제 오픈소스는 전략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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