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코트 英 필릭스캐피털 대표 인터뷰
영국서 1.7조 굴리는 소비재 집중 투자 VC
"한국, 기술과 소비 문화가 동시에 선도적인 시장"
신규 펀드 조성 중…"한국 LP와의 협업 기대"
영국서 1.7조 굴리는 소비재 집중 투자 VC
"한국, 기술과 소비 문화가 동시에 선도적인 시장"
신규 펀드 조성 중…"한국 LP와의 협업 기대"
이 기사는 2026년01월12일 07시3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영국의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포르투갈의 소도시에 위치한 작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 주목한다. 고작 직원 열 명 남짓에 불과한 신생 스타트업이었지만, 그는 이 회사가 세계 명품 유통의 판을 바꿀 잠재력을 지녔다고 확신하고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 회사는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우면서 글로벌 명품 마켓플레이스로 성장했다. 실제 2018년 나스닥 상장 당시 이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초기에 투자한 800만달러는 5억달러의 현금 회수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수 년 후 한국의 쿠팡이 주요 지분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는 다시 한 번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 파페치(Farfetch)의 초기 투자자이자, 런던 소재의 벤처캐피털(VC)을 이끄는 프레데릭 코트(Frederic Court)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 2015년 설립된 필릭스캐피털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와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곳으로, 12억달러(약 1조7200억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굴리고 있다. 단순 기술 경쟁력보다는 브랜드 영향력과 글로벌 확장성을 갖춘 기업에 과감히 베팅하는 것이 이들의 투자 전략이다.
영국 필릭스캐피털의 창업자인 프레데릭 코트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LP와의 협업 가능성을 논했다. (사진=필릭스캐피털 제공) |
코트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필릭스캐피털의 투자 철학과 한국 시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은 기술과 문화를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시장"이라며 "유럽 기업들이 아시아로 확장할 때 한국은 반드시 만나야 하는 고객이자 파트너"라고 말했다.
브랜드·디자인·데이터… 유럽형 '브랜드 테크'에 베팅
코트 대표는 20년 넘게 테크 투자 분야에서 활약해온 인물이다. 그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라자드에서 테크 전문 투자은행가로 경력을 시작한 뒤, 프랑스에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창업하며 스타트업 경험도 쌓았다. 이후 영국 어드벤트 벤처 파트너스에서 제너럴 파트너를 맡아 파페치와 종(Zong, 이베이에 인수), 버버튜(Vitrue, 오라클에 인수), 데일리모션(Dailymotion, 오렌지에 인수) 등 굵직한 딜을 성사시키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5년 설립한 필릭스캐피털을 통해서는 소비·라이프스타일 기반 기술 기업에 과감히 베팅하며 유럽 벤처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코트 대표에게 투자 판단 기준을 묻자 그는 △브랜드 경쟁력 △제품·사용자 경험(UX) 디자인 △데이터 역량을 핵심 요소로 꼽았다. 그는 "단순히 기술이 뛰어난 회사가 아니라, 카테고리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에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대표 사례가 프랑스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아미(AMI Paris)다. 필릭스캐피털은 2023년 아미에 전략적 투자를 집행하며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아미는 2010년 알렉상드르 마티우시가 설립한 레디투웨어 브랜드로, 파리 감성의 디자인을 앞세워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외형을 키우고 있다. 세쿼이아 차이나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함께 한 가운데 한국·중국 중심의 수요 확대가 뚜렷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필릭스캐피털은 초기 투자 이후 성과가 입증된 기업에 대해서는 후속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보이(VoY)'가 대표적이다. 코트 대표는 보이에 초기 투자한 이후 제품 성과가 나오면서 총 6차례에 걸쳐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보이는 개인의 체중 관리 및 건강 개선을 돕는 의료·행동 과학 기반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개인 맞춤형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GLP-1 계열 약물 처방과 영양·행동 변화를 결합한 통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코트 대표는 "보이는 연 매출 4억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간 성장률도 100%를 웃돈다"며 "검증 단계에서는 소규모로 진입하되, 데이터 및 성과가 확인되면 투자 규모를 과감히 키우는 것이 우리의 투자 방식이다. 포트폴리오사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추구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LP·기업과의 협력 확대 기대
현재 신규 펀드를 준비 중인 필릭스캐피털은 한국 LP와의 파트너십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유럽·미국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자금을 모집해왔지만,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아시아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코트 대표는 "한국 소비자는 아시아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핵심 집단"이라며 "한국은 글로벌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레퍼런스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LP는 단순 자금 제공을 넘어 아시아 확장의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유럽의 라이프스타일 테크와 브랜드 기반 소비자 혁신, 디지털 경험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 기회도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유럽의 경쟁력도 강조했다. 코트 대표는 "인공지능(AI)이 바꾸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일상이며, 그 접점에는 항상 브랜드가 있기 마련"이라며 "유럽은 브랜드 헤리티지와 UX, 문화적 자산 측면에서 오랜 강점을 가진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릭스캐피털은 기술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먼저 본다"며 "향후 10년간 유럽은 이 질문에 가장 앞서 답할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