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석 기자]
[라포르시안]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하 정보원)의 기술문서 심사 의료기기(체외진단의료기기) 인증·신고 디지털 의료기기 인증·신고 디지털 의료기기 GMP 업무 갱신심사(1·2등급) 등 수행 업무 중 애로사항을 경험한 항목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정보원의 수행 업무 전반에 대한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의 한 문항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구체적인 애로사항 사례로 '기술문서 심사기관에서 심사가 완료된 문서에 대해 정보원이 인증하는 과정에서 보완을 요구하는 경우'가 언급됐다. 또 다른 건의 사항 사례로는 '갱신심사 과정에서 정보원의 새로운 내부 지침 발생으로 인한 예측하기 어려운 보완의 지속적 발행 사례'가 제시됐다.
이 질문에는 정보원에 대한 의료기기 업체들의 불만과 함께 '책임은 없고 권한만 행사하는' 심사·인증 업무의 구조적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정보원의 수행 업무 전반에 대한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의 한 문항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구체적인 애로사항 사례로 '기술문서 심사기관에서 심사가 완료된 문서에 대해 정보원이 인증하는 과정에서 보완을 요구하는 경우'가 언급됐다. 또 다른 건의 사항 사례로는 '갱신심사 과정에서 정보원의 새로운 내부 지침 발생으로 인한 예측하기 어려운 보완의 지속적 발행 사례'가 제시됐다.
이 질문에는 정보원에 대한 의료기기 업체들의 불만과 함께 '책임은 없고 권한만 행사하는' 심사·인증 업무의 구조적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업체들이 제기하는 핵심 불만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전문성·독립성을 인정해 지정한 기술문서 심사기관에서 의료기기 안전성·성능·임상적 유효성 시험·검사 결과의 과학적 타당성 규격·가이드라인 충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합' 판정을 받은 기술문서 심사 결과통지서가 정보원 단계에서 다시 수정·보완 요청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법·제도상 기술적 판단 주체는 기술문서 심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보원이 사실상 '재심사'에 해당하는 보완 요구를 하는 것은 본래의 행정적 확인 범위를 넘어 인허가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의 본질은 제도 자체보다 역할과 책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데 있다. 동일한 문서를 두고 기술문서 심사기관의 '판단'과 정보원의 '요구'가 충돌하면서 두 기관 간 업무 범위와 심사 기준이 불투명해지고, 책임 소재 또한 불분명해지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문서 보완과 심사 지연에 따른 행정 및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인허가 예측 가능성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동일 사안에 대해 반복적인 보완 요구가 이어지고, 업체들은 인허가 일정·절차를 사전에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의료기기 업계는 정보원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신고, 기술문서 확인, 디지털 의료기기 관리 등 위임 업무가 계속 확대됐지만 이를 수행할 전문성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보원은 2012년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로 출범한 이후 2018년 현재의 기관명으로 변경됐다.
이후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공급 내역 보고 운영 지원 인증·신고 업무 기술문서 심사·관리 지원 디지털 의료기기 및 GMP 갱신심사·사후관리 지원 안전성 정보 수집·분석·제공 등 다양한 업무를 위임받으며 예산·수입·인력 등 조직 규모가 커졌다.
실제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정보원의 위탁 수입은 2022년 13억 7100만 원에서 2023년 74억 2400만 원·2024년 94억 900만 원으로 최근 3년 사이 급증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기술문서 심사·갱신심사 수수료 수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정보원은 조직 외형 확대와 달리 인증·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임시직·무기계약직 중심의 고용 형태, 낮은 처우에 따른 잦은 인력 이동, 최종 책임 주체가 아닌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는 구조적 한계 등으로 인해 전문성을 축적하기 어려운 환경에 기인한다. 그 결과 위임 업무는 늘어났지만 이에 상응하는 심사 인력의 체계적인 양성과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문성 약화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기술문서 심사기관은 해당 분야 전공자나 충분한 경력을 갖춘 인력이 기술적 판단을 수행하고, 그 판단에 대한 책임 또한 명확하다"며 "반면 정보원 일부 인력은 의료기기 특성별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해 형식적 보완이나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식약처가 정보원에 업무를 위임한 취지는 행정 부담을 줄이고 인허가 절차를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보원이 또 하나의 심사 단계로 기능하면서 업계의 부담과 혼란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보원이 기술문서 심사기관의 심사 결과에 대해 접수·형식 확인·시스템 등록 등 행정 지원을 넘어 사실상 '재심사'에 해당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는 제도 취지는 물론 책임 구조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의료기기 업계 일각에서는 차라리 정보원을 일본 PMDA(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와 같은 전문 규제기관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사실상 재심사를 수행하며 제2의 심사기관처럼 기능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그 역할을 통제·조정할 의지가 없다면 모호한 '행정 지원 기관'으로서의 정보원 지위를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냉소적인 평가와 비판에서 비롯됐다.
식약처가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의 역할과 한계를 방치한 채 현행 구조를 유지한다면 인허가 제도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현장 혼란은 더욱 고착화하고 업체의 규제 비용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의료기기 업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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