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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간판’ 코오롱FnC마저…업계에 몰아친 구조조정 칼바람[only이데일리]

이데일리 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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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간판’ 코오롱FnC마저…업계에 몰아친 구조조정 칼바람[only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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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키운 브랜드 '에피그램' 운영 종료
중고가 전략, 소비 양극화에 한계
작년 영업손실 97억...적자전환
희망퇴직 등 대대적 조직 개편도
"성장성 있는 브랜드에 집중·효율화"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국내 패션 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이상기온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대형 패션회사마저 비효율 브랜드 정리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은 최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2015년 출범해 ‘한국적 슬로우 라이프’를 내세우며 의류·리빙까지 영역을 넓혔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10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업계에서는 패션 대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에피그램 현대백화점 판교점 매장의 모습. (사진=코오롱FnC)

에피그램 현대백화점 판교점 매장의 모습. (사진=코오롱FnC)


‘슬로우 라이프’ 내세웠지만…소비 양극화 속 중고가 전략 한계

11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FnC는 25FW(2025년 가을·겨울)시즌 판매 완료 시점으로 에피그램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백화점 등 기존 매장 운영을 전면 종료하는 것이다. 다만 에피그램은 코오롱FnC가 자체 론칭한 브랜드인 만큼 상표권은 그대로 보유키로 했다. 향후 서브라이선스나 홈쇼핑 등 다른 방식의 사업 전개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것.

에피그램은 2012년 코오롱FnC의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의 세컨드 라인으로 출발해 2015년 독립 브랜드로 분리됐다. ‘한국적 정서’와 ‘슬로우 라이프’를 콘셉트로 의류뿐 아니라 리빙·식음료(F&B)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했다. 2016년에는 배우 공유를 모델로 기용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지역 문화와 연계한 로컬 프로젝트가 에피그램의 차별화 포인트였다. 2017년 제주를 시작으로 하동·고창·청송·고성 등 전국 소도시를 돌며 지역 장인·공방과 협업한 한정판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고창·청송·하동 등지에서 운영한 숙박 브랜드 ‘올모스트홈 스테이’는 ESG 콘텐츠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차별화된 브랜드 스토리가 수익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소비 양극화 속에서 티셔츠 13만원대, 니트 18만원대, 데님 21만원대 등 중고가 전략은 한계를 보였고, 이는 매출 정체로 이어졌다. 백화점 매장도 한때 현대 판교·신세계 강남 등 9곳까지 늘었다가 최근 수년간 축소세를 이어왔다.

(사진=코오롱FnC)

(사진=코오롱FnC)


프리커·아모프레 이어 정리…조직도 슬림화

에피그램 종료는 코오롱FnC의 브랜드 구조조정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코오롱FnC는 2024년 남성복 ‘프리커’와 여성복 ‘리멘터리’ 운영을 종료했고, 지난해는 골프웨어 ‘잭니클라우스’를 서브라이선스로 전환하고 스포츠웨어 ‘헤드’를 스포츠 전문복 중심으로 재편했다. 지난달에는 개그맨 조세호와 협업한 ‘아모프레’도 계약 만료와 함께 종료했다.


배경에는 실적 악화가 있다. 코오롱FnC의 영업이익은 2022년 643억원에서 2023년 452억원, 2024년 164억원으로 급감했다. 2년 새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지난해는 상황이 더 나빠져 3분기 누적 기준 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다른 패션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한섬은 영업이익 2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3% 급감했고,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790억원으로 37.8% 감소했다. 2024년 연간으로도 한섬은 영업이익 635억원으로 전년(1005억원) 대비 36.8%,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1700억원으로 전년(1940억원) 대비 12.4% 줄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7개 본부를 5개로 축소하고 온라인 유통 중심의 ‘V(밸류)본부’를 신설했다. 소싱·영업 기능을 통합한 CoE(Center of Excellence)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 9월에는 21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10월에는 재무 전문가인 김민태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물론 코오롱FnC가 수성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2024년 캠핑용품 브랜드 ‘헬리녹스’의 어패럴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이탈리아 브랜드 ‘N21(넘버투애니원)’ 수입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파프(PAF)’ 투자 등 새 브랜드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익성 낮은 브랜드는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 있는 브랜드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에피그램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효율화 과정에서 사업 전환을 결정한 것”이라며 “브랜드 운영은 종료하지만 자체 론칭 브랜드인 만큼 상표권은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방식의 사업 전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