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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선두주자 에스토니아] ②“전자영주권으로 15분 만에 법인 설립…‘탈린 밸리’는 차세대 유니콘 양성소”

조선비즈 현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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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선두주자 에스토니아] ②“전자영주권으로 15분 만에 법인 설립…‘탈린 밸리’는 차세대 유니콘 양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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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가 AI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AI 기반 교육 통합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AI를 활용한 암 진단 보조 기술과 자동화된 디지털 행정 서비스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사법 분야에서도 AI 적용을 적극 모색 중이다. 중이다. 조선비즈는 에스토니아의 각 분야 AI 활용 실무자들을 인터뷰해 에스토니아가 AI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에스토니아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유니콘 탄생을 향한 도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구 약 130만명. 부산보다 인구가 적은 에스토니아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강국’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에스토니아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은 무려 10곳. 인구 대비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수는 100만명당 약 7.7개로, 유럽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들이 에스토니아에서 나왔다. 화상 통화 플랫폼 스카이프(Skype), 글로벌 송금 서비스 와이즈(Wise), 차량 호출 앱 볼트(Bolt) 등 글로벌 기업을 배출한 스타트업의 산실이 바로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이다.

에스토니아는 어떻게 스타트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본지는 에스토니아의 기업가 3인을 화상·서면으로 만나 AI 시대 속 창업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기업가 3인과의 일문일답.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현재 어떤 기업을 운영 중인가.

알렉스 쿠즈네소브(이하 알렉스) 2017년 인공지능(AI) 기반 마케팅 분석·예측 플랫폼 어돕토미디어(AdoptoMedia)를 창업했다.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 마케팅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효율성을 예측하고, 예산 배분을 자동화해주는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스파르 코르유스(이하 카스파르) 팩텀(Pactum)은 기업의 계약 협상을 지원하는 자율형 AI 에이전트 개발사로, 2019년 설립됐다. 미국 월마트, 덴마크 머스크, 독일 지멘스 등이 주 고객사로, 이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은 협상 시간과 리소스를 대폭 절약할 수 있다.


라우노 시구르(이하 라우노) 2019년부터 AI 차량 검사·인슈어테크(보험 기술) 스타트업인 드라이브엑스테크놀로지스(DriveXTechnologies)를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촬영하면 AI가 외관 손상과 차량 상태를 자동 분석해 리포트를 제공한다. 리포트를 통해 중고차 거래와 리스 반납 과정에서 활용된다.

―에스토니아는 세계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스타트업 허브 중 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비결은 무엇일까.

알렉스 “전자 영주권(e-Residency) 제도가 가장 큰 강점이다. 에스토니아는 이 제도를 통해 세계 어디에서나 15분 만에 온라인으로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러시아 출신으로 이스라엘과 프랑스, 오스트리아와 영국 등 다양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했지만, 최종적으로 에스토니아에서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유럽 전역에서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도 보장되는 환경이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카스파르 “에스토니아의 스타트업 부흥은 단기 성과라기보다 장기적 선택의 결과다. 정부는 1990년대부터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IT 교육에 집중했고, 실패를 허용하면서도 개인의 책임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기에 스카이프, 볼트 등 등 성공적인 선례가 나오면서 ‘소국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배출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자연스레 정착됐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창업을 장려하는지 궁금하다.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책이 있다면.

알렉스 “에스토니아 정부는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스타트업은 에스토니아 기업청(EIS)을 통해 산업별로 수출 전략을 컨설팅받고, 현지 전문가를 매칭받아 해외 진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사업 선정 후 기업이 목표 고객과 파트너를 명확히 설정하면, EIS가 현지 기업들을 직접 중개해 주며 협업 기회를 마련한다. 초기 기업이지만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 중남미 시장에서 파트너사를 찾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라우노 “직접적인 보조금을 제공하는 대신, 창업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무엇보다도 행정 부담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회사 설립과 세무, 법인 운영이 모두 디지털화돼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스타트업들은 불필요한 문서 작업에 매달릴 필요 없이 제품 개발과 기술 고도화에만 집중할 수 있다.”

―스카이프, 볼트 등 유수의 IT기업을 다수 배출한 탈린은 ‘에스토니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탈린의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하다.

카스파르 “탈린은 규모는 작지만 밀도가 높은 스타트업 도시다. 창업가와 투자자, 기술 인재 간 소통이 활발해 의사 결정이 빠르고, 실행 중심적인 문화가 강해 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와 비교하면 화려한 홍보는 덜할 수 있지만, 저비용으로 제품 성과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예비 유니콘을 꿈꾸는 창업가들로 열기가 대단한 이유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알렉스 “창업가 간 네트워킹이 활발히 이뤄진다. 예컨대 EIS가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래티튜드59(Latitude59) 행사를 통해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자주 교류할 수 있고,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협업도 할 수 있다. 앞선 탈린의 선례를 따라 더 많은 청년이 창업에 출사표를 내고 있다.”

―에스토니아 기업들의 사무실 문화는 자유로운가. 원격 근무나 유연 근무제가 활성화된 환경인지.

카스파르 “에스토니아 기업 문화는 위계가 낮고 결과 중심적이다. 직원들은 근무 시간보다는 성과로 평가받으며, 서로 간 신뢰를 기반으로 자율성이 보장된다. 특히 IT 기업을 중심으로 원격 근무와 유연 근무는 이미 보편화돼 있으며, 전통적인 기업에도 이러한 문화가 확산 중인 분위기다.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라우노 “많은 기업이 서로의 업무 방식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예컨대 우리 회사는 주 5일 중 3일은 오피스, 2일은 원격 근무를 기본으로 한다. 전체 직원 중 탈린에 거주하는 이는 절반 이하로, 나머지 직원은 에스토니아 전역에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 성과 평가는 OKR(Objective and Key Results·목표 및 핵심 결과지표)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불필요한 보고 절차는 최소화하고 있다."

―한국에선 최근 기업들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이 이어지며 보안 우려가 대두된 바 있다. 에스토니아 기업들은 정보 보호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라우노 에스토니아에서 보안은 선택 사항이 아닌 기본 전제다. 제품 설계 단계부터 보안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고, 결국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소규모 스타트업들도 정보 보호에 사활을 기울이는 이유다. 드라이브엑스 또한 정기적으로 모의 해킹 테스트를 실시하고, EU 개인정보보호법(GDPR)에 의거해 고객 정보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정보 보호에 힘쓰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카스파르 국가 차원에서도 정보 보안 사안은 특히 엄중히 다뤄진다. 정부 또한 온라인 기반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보안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독립기구인 데이터 보호 부처 지휘하에 기업에 높은 보안 기준을 제시하고, 민간은 이에 긴밀히 발맞추며 탄탄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현정민 기자(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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