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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탐정 죽인 후 자신도 사망…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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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탐정 죽인 후 자신도 사망…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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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1976년 1월 12일 86세
젊은 시절 애거서 크리스티.

젊은 시절 애거서 크리스티.


영국 추리소설가 애거서 크리스티(1890~1976)는 별세 6개월 전 발표한 소설 ‘커튼’에서 탐정 에르퀼 푸아로를 사망하게 했다. 푸아로는 크리스티 작품 속 주인공 탐정이다. 희극 배우 같은 풍모를 가진 벨기에 사람으로 설정했다.

선배 추리소설가 코넌 도일(1859~1930)도 자신의 작품에서 주인공 탐정인 셜록 홈스를 죽인 적이 있다. 코넌 도일은 독자 항의를 받고 홈스를 다시 부활시켜야 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푸아로를 다시 살리지 못하고 자신도 세상을 떴다.

일부 언론은 푸아로의 사망에 대해 마치 실제 인물이 죽은 것처럼 기사를 쓰기도 했다. 1976년 1월 14일 자 조선일보 부음 기사는 이 사실을 언급했다.

애거사 크리스티 부음 기사. 1976년 1월 14일자 5면.

애거사 크리스티 부음 기사. 1976년 1월 14일자 5면.


“포아로(푸아로)는 도일의 셜록 홈즈처럼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가공의 인물이면서도 마지막에는 실제 인물과 같은 대우를 받기도 했다. 즉 크리스티는 작년에 발표한 ‘커튼’이란 작품에서 드디어 명탐정 포아로를 죽였던 것인데, 뉴스위크지(誌)는 75년 8월 18일자 부음난에 실제 인물들과 나란히 이를 보도했고, 뉴욕타임스지(紙)는 이례적으로 제1면에다 검은띠를 둘러 포아로의 죽음을 보도했던 것이다(75년 8월 8일 자). 이처럼 자신이 창조한 탐정을 죽인 것은 약 6개월 후에 온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1976년 1월 14일 자 5면)

주인공 탐정 푸아로를 “희극에 나온 이발사 같은 모습”으로 창조한 것에 대해 설혜심 연세대 교수는 저서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에서 “크리스티가 일부러 홈스와 정반대의 인물, 일종의 반영웅(anti-hero)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2021년 8월 21일 자 A19면)고 해석했다. 또 다른 인기 주인공인 할머니 탐정 제인 마플도 평생 독신으로 사는 인물로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다.

2021년 8월 21일 A19면.

2021년 8월 21일 A19면.


‘오리엔트 특급 살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등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은 세계 최다 부수 판매를 자랑한다. 30년 전에 이미 78종 소설이 20억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됐다.


2002년 출판사 황금가지는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출간했다. 박광규 미스터리 평론가는 서평에서 크리스티의 업적을 “트릭만을 중시하던 퍼즐 미스터리를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로 전환시켰다는 점”이라고 했다.

“크리스티의 작품은 윗세대인 코넌 도일과 비교할 때 범인 찾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사건의 맥락이 해결 후 설명되는 도일의 작품과 달리 크리스티의 작품은 범죄자의 심리를 처음부터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2002년 5월 18일 자 45면)

2002년 5월 18일자 45면.

2002년 5월 18일자 45면.


희곡 ‘쥐덫’은 1952년 영국에서 초연해 현재까지도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작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연극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1975년 12월 초연해 최근까지 공연했다. 폭설로 외부와 차단된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숙객 5명 중 한 명이 살해되면서 공포가 시작된다.


2022년 9월 17일자 A20면.

2022년 9월 17일자 A20면.


소설가 장강명은 애거서 크리스티를 “위대한 거장”으로 평가했다.

“나는 크리스티가 인류 문명이 지속되는 한 계속해서 읽힐 불멸의 작품을 한 편도 아니고 수십 편 남긴 위대한 거장이라고 믿는다.”(2022년 9월 17일 자 A20면)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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