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과 감기 증상으로 잠자리에 들었던 아버지와 아들이 각각 수면 중 사망한 사연이 전해지며, 진단이 늦어질 수 있는 희귀 유전질환의 위험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셀비가 운영하는 애도 지원 모임 |
[파이낸셜뉴스] 영국에서 기침 등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인 뒤 수면 중 사망한 부자(父子)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들의 사인은 희귀 유전질환인 '알라질 증후군'으로 밝혀져,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영국 매체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켄트주 휘트스터블 인근 시솔터에 거주하는 소아과 간호사 앰버 셀비는 최근 남편과 장남을 동일한 질환으로 떠나보낸 사연을 전했다. 그는 알라질 증후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유가족을 지원하고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
셀비 씨의 남편 제이슨(47)은 평소 기저질환 없이 건강했으나, 사망 전날 가벼운 감기 증세를 보인 뒤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다. 기상 직후 호흡 이상 증세를 보인 그는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숨을 거뒀다. 셀비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던 사람이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장남 다니엘(24)은 2021년 자택에서 심정지를 겪었으나 모친의 응급처치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 꾸준한 추적 관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년 뒤인 2023년 수면 중 사망했다.
부자의 사인은 모두 알라질 증후군(Alagille syndrome)으로 파악됐다. 이는 간, 심장, 혈관 등 다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증상 양상이 다양하고 경미한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셀비에 따르면 제이슨은 장남 출산 후에야 해당 질환을 진단받았다. 다니엘에게서 선천성 심장 이상이 발견되고 다른 자녀에게서도 유사 증상이 나타났으나, 초기 의료진은 이를 개별적인 사안으로 치부했다. 셀비는 "문제가 서로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오히려 내가 지나치게 걱정한다고 말해왔다"고 토로했다.
셀비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시행된 유전자 검사 결과, 가족 내 알라질 증후군이 확인됐다. 이 질환은 담관 협착에 따른 간 질환과 선천성 심장 기형 등을 주요 증상으로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 부검 결과 심실 발달 부전에 의한 심부전이 사인
제이슨은 생전 간에만 경미한 영향이 있다고 진단받았으나, 사후 부검 결과 심실 발달 부전에 의한 심부전이 사인으로 밝혀졌다. 다니엘 또한 이첨판 기형으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부검에서 단첨판임이 드러났다. 그는 사망 직전까지 건강한 생활을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셀비는 자녀들의 진단 당시 영국 내 등록 환자가 약 180명에 불과했으며, 그중 4명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셀비는 미국 알라질 증후군 관련 단체와 협력해 연구를 지원하고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자녀를 잃은 부모, 특히 남성 유가족을 위한 애도 지원 모임을 운영 중이다. 그는 성별과 무관하게 상실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알라질 증후군은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이다. 가족 간에도 증상 발현 정도와 침범 장기에 차이가 클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3만~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국내에서는 2021년 기준 약 136명이 등록된 극희귀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담관 형성 이상에 따른 황달, 가려움증, 성장 장애 등이 있다. 일부 환자는 간경화나 간부전으로 진행돼 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 근본적인 치료법은 부재하며, 증상 조절을 위한 대증 치료가 주를 이룬다. 의료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과 함께 다학제적 추적 관리가 예후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원인 불명의 장기 이상이 반복될 경우 유전 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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